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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욕지족 삶 지향해야 복덕 넉넉한 세상 올 것”

  • 교계
  • 입력 2024.03.10 22:29
  • 호수 1720
  • 댓글 0

수경 스님, 불교평론 특별기고
현대 불교환경운동 방향 제시
“승가, 책임 무거운 사람에게
죽비 내리는 역할 도맡아야”

수경 스님은 “지금의 한국불교는 ‘거룩함’에 매몰돼 ‘지혜’는 깨달음 지상주의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진은 2010년 3월 여주 신륵사 남한강 둔치의 여강선원 개원식에서 발원문을 태우는 수경 스님. [법보신문 DB]
수경 스님은 “지금의 한국불교는 ‘거룩함’에 매몰돼 ‘지혜’는 깨달음 지상주의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진은 2010년 3월 여주 신륵사 남한강 둔치의 여강선원 개원식에서 발원문을 태우는 수경 스님. [법보신문 DB]

“앞으로의 불교환경운동은 욕망의 충족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복덕구족을 지향하는 삶, 보살행으로서 자비로운 삶을 위한 기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10여 년 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돌연 은거했던 불교환경연대 전 상임대표 수경스님이 ‘현시대불교환경운동을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수경 스님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수경 스님은 ‘불교평론’ 제97호에 ‘욕망을 줄여야 합니다’ 기고를 통해 “인간과 자연은 분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인간과 자연은 공생관계지만 그 공생의 존재 양태는 인간만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는 ‘편리공생’”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에 감사하고 미안해하며 소욕지족으로 복덕의 가피를 구하는 기도가 불교환경운동의 정신적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스님은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것’을 환경문제 해결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지적하며 승가의 역할을 더욱 강조했다. ‘승가’는 세속과 관계를 끊은 출리적 존재들의 집단이기에 정치와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승가는 세상의 이해관계, 즉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생산관계로부터 떠나있어 자연과 인간을 포함한 온전한 세상을 더욱 강력히 결속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그러나 “승가는 환경문제에 책임이 무거운 사람들에게 죽비를 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모든 승가 공동체가 환경운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스님은 “환경위기에 따른 피해에 취약한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자신이 아는 중도”라고 설명하며 “권력과 자본의 힘 앞에 무력한 대중의 편에 서는 것이 중도행이어야 한다”는 설명으로 환경운동의 확장가능성을 제시했다. 즉, 중도행 자체로 사바세계를 화엄세상으로 만드는 일이고 그것이 보살행이기 때문에 모든 승가가 환경운동가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수경 스님은 기고문에서 새만금 매립 반대와 한반도 대운하 사업 등 반생명적 개발사업으로부터 생명과 미래를 지키고자 했던 옛일을 회고했다. “환경위기는 가속화되는데 이에 대한 감각은 항생제의 내성처럼 무뎌지고 있다”며 “성장에 연연하지 않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것으로 환경운동의 방향이 재설정돼야 한다”고 했다. 스님이 제시한 불교환경운동은 복덕구족을 지향하는 삶이다. 소욕지족은 단순히 적은 것으로 만족한다는 의미가 아닌 알뜰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재활용, 일회용품 줄이는 일 등이 곧 ‘방생’임을 아는 것이다.

수경 스님은 “지금의 한국불교는 ‘거룩함’에 매몰돼 ‘좋은 삶’에서 오는 ‘복덕’의 가치는 기복으로 오해받아 밀려났고 ‘지혜’는 깨달음 지상주의에 신비한 영역이 됐다”며 “복덕구족은 삶과 목숨을 알뜰히 여기는 것이다. 소욕지족의 삶을 지향하면 더 좋은 삶, 복과 덕이 넉넉한 세상이 한 뼘이라도 넓어질 것”이라는 바람을 남겼다.

유화석 기자 fossil@beopbo.com

[1720호 / 2024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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