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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금속활자 조판술 우수성 드러난 대표 판본”

  • 교학
  • 입력 2024.03.11 10:33
  • 수정 2024.03.11 10:45
  • 호수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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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청안사, 3월 1일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학술세미나 개최
한글 변화 양상·정교한 조판 양식 등…고대·중세한국어 흐름 확인

함양 청안사 소장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의 일부분. 
함양 청안사 소장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의 일부분. 

함양 청안사 소장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권상(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 卷上)’이 조선시대 금속활자 조판술의 우수성과 한글 변화의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판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한불교원효종 청안사(창건주 송남권)는 3월 1일 경북대 인문한국진흥관 203호에서 ‘15세기 금속활자 을유자본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의 학술적 가치 조명’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송남권 청안사 창건주와 남원 백련사 주지 성로 스님을 비롯해 발표자 등 사부대중 20여 명이 참석했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은 ‘원각경’이라 불리며, 국내에서 간행된 판본 가운데 현전하는 것으로는 목은 이색의 발문이 있는 고려본(1380년)과 을해자(乙亥字)로 간행된 세조 연간 활자본, 세조가 직접 한글로 구결을 달고 신미(信眉) 스님, 효령대군(孝寧大君), 한계희(韓繼禧) 등이 번역한 ‘원각경언해’, 한글 구결만 달아 을유자(乙酉字)로 찍은 활자본(1465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청안사 소장본 ‘원각경’은 당나라 종밀 스님의 주소본을 바탕으로 한글 구결만 달린 활자본의 한 부분이다.

세미나에서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헌관리학과 교수는 을유자 ‘원각경’의 서지적 분석을 통해 금속활자 을유자의 인쇄사적 중요성을 언급했다. 옥 교수에 따르면 ‘원각경’을 찍어낸 금속활자 을유자에 대해 앞서 주조됐던 작은 활자인 갑진자(1485년)를 만들면서 녹였기 때문에 남아있는 인출본이 희소하다. 특히 청안사 소장 ‘원각경’에는 다양한 활자의 사용, 정교한 조판방식, 특별한 한글 활자의 사용 등이 진행되고 있어 인쇄사의 변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남경란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원각경’에 달린 한글구결의 표기법과 번역 양상을 중심으로 국어학적 특징을 발표했다. 남 교수는 ‘원각경’의 한글구결이 음절단위 표기와 음양설에 바탕을 둔 모음조화 표기, 그리고 사이시옷 표기 등 우리나라 중세한국어의 표기법 특징을 그대로 잘 반영하고 있지만 각자병서 표기와 방점 표기가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어 15세기 중엽 훈민정음이 창제된 후 경서는 한문 원문에 한글로 표기된 구결을 쓰고 그 구결에 따라 언해가 이루어졌는데, ‘원각경’도 한문원문에 한글로 구결을 달고 이를 바탕으로 언해가 이루어졌다고 언급했다. 남 교수는 “한글구결의 석독·음독 구결뿐만 아니라 15세기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언해본들과 비교·대조가 용이해 훈민정음 창제 전후의 언어 변천 이해의 중요한 자료”라며 “‘원각경’의 한글구결과 언해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통해 고대 한국어와 중세 한국어의 변화양상, 상관성, 통시적 흐름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권희 경북대 명예교수는 ‘조선 16세기 이후 간행의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에 대한 서지적 분석’을 주제로 청안사 소장 을유자 ‘원각경’의 형태적인 특징과 ‘간경도감’ 언해본 간행 이후 16세기부터 전국의 여러 사찰에서 간행된 판본을 분석했다. 남 교수는 “‘원각경’은 그 자체로 판본이 드물 뿐만 아니라 구결을 언해활자로 찍고 본문의 한문활자도 4종류의 크기를 달리하여 조판한 점에서 조선시대 금속활자 조판술의 우수성을 보여준다”며 “당시의 불교 문헌사는 물론 서지학, 인쇄술, 구결 등 국어학적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애리 동국대 불교학술원 박사는 ‘원각경 및 원각경 주석서에 대한 서지적 분석’을 주제로 ‘원각경 간행’ 배경과 유통, 주석서의 판본을 분석했다. 최 박사는 ‘원각경’의 간행은 조선시대에 단독 인출보다는 다양한 주석류들과 함께 유통되었음을 언급했다. 이에 교장 중수본을 유통 시킨 후 동일 전적에 다시 언해를 추가해 유통한다는 것은 ‘원각경’을 익히기 위한 주석서로의 가치가 높음을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com

[1720호 / 2024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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