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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찰이 텅텅 비어 간다

2021년 이후 출가자 100명 미만
전국의 사찰 수는 소폭 증가세
日, 2015년 빈 사찰 1만2000개
우리에게도 가까운 미래의 현실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은 공포스러운 숫자다. 모 시사잡지에서는 이 수치를 설명하며 ‘인구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자녀 세대는 총 36명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 합계 출산율이 그대로 유지되면 손자 세대는 13명이 된다’는 대목에서 비로소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된다.

이런 현실은 교계도 마찬가지다. 출가자의 급감이 이미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이 2022년 발간한 ‘행자수계교육 30년사’는 지난 30년 동안 조계종의 출가자 추이를 한눈에 보여준다. 조계종 사미·사미니 수계자는 통계가 시작된 1991년 517명으로 출발해 소폭의 등락을 보이다가 2000년 528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최근까지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2005년 326명, 2010년 287명, 2020년 131명이더니 2021년엔 99명으로 급기야 두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통계 자료는 여기서 멈추지만 이후의 확인된 현실은 더욱 절망적이다. 2022년 61명, 2023년 84명, 그리고 올해 상반기 행자교육원 입교자 수 47명. 하반기 행자교육원 입교자를 감안해도 올해 출가자가 100명을 넘길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출가자 감소로 예상되는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는 사찰이 텅텅 비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출가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사찰 규모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하는 ‘한국의 종교현황’ 통계에 따르면 조계종에 등록된 사찰수는 2002년 2532개, 2011년 2806개, 2018년 3185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18년 이후의 통계 자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사찰 수가 크게 줄어드는 일은 없을 듯하다.

사찰이 많아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임이 분명하다. 어떤 사찰이건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의 원력과 소중한 정재가 모여야만 하나의 사찰이 창건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찰이 늘어난다는 것은 출가자 감소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불교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또한 사찰은 수행의 중심지이자 신행의 공간, 불교문화 전승의 구심체다.

하지만 출가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앞으로 누가 사찰을 지킬 것인가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고민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현실이 된 지 오래다. 2015년 아사히신문은 일본 내 10여 개 주요 종단 사찰 및 관련 단체 조사 결과 1만2000여 곳의 사찰에 스님이 상주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은 “스님이 상주하지 않는 1만2000여 곳의 사찰 중 1만496개 사찰은 다른 사찰의 스님이 비상시적으로 오가며 유지되고 있고 나머지 1569개 사찰은 비상주 스님조차 없어 폐쇄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앞서 10여 년 동안 이미 9개 주요 종단에서 434개의 사찰을 폐쇄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조계종에서도 2015년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 인구의 도시집중과 지방의 인구·경제 붕괴 등을 지적하며 “스님들이 떠난 빈 절이 속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열린 조계종 미래본부의 첫 연찬회에서도 ‘지방소멸·탈종교화’에 따른 현상 가운데 하나로 사찰의 공동화 현상이 제기됐다. 연찬회에서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한국사회에서 불교 인구는 1980년대 이전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앞으로 신도 절벽에 봉착하면 사찰 재정 기반이 위축되고 스님 없는 전통 사찰도 다수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수연 국장 
남수연 국장 

하지만 아직까지 상주 스님이 없거나 스님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찰이 전국에 몇 개나 되는지 정확한 조사와 통계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사찰의 수와 스님의 수를 놓고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조계종의 경우 사찰 한 곳당 스님은 평균 4명 남짓이다. 이 수치가 흔들리는 순간 스님 없는 사찰이 전국에서 속출하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한 해 출가자가 100명도 안되는 상황에서 ‘텅 빈 사찰’은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namsy@beopbo.com

[1720호 / 2024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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