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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인(청량심·68) 간화선수행 - 상

기자명 법보

불교에 호기심 들기 전까지
두려운 무속신앙으로 여겨
기초교리 배우기 시작하며
‘불법 전하는 수행자’ 다짐

“엄마, 너무 따갑고 가려워. 피도 계속 나. 언제까지 아프고 고생해야 해?”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레르기로 인해 온 몸에 돋은 두드러기 발진은 시간이 흘러도 나아지질 않았다. 의사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은 수백가지가 되며 그에 따라 약 처방도 천차만별”이라며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만 처방해 줄 뿐이었다. 더 이상 어떤 약도 듣지 않는 상태에서 10살꼬마의 투정 대상은 늘 엄마였다. 

그 투정이 안쓰러워 엄마가 선택한 일시적 방법은 ‘굵은 소금’이었다. 마당에 신문지를 넓게 펴고 그 위에 등을 구부리고 서면 엄마는 등에 소금을 뿌린 후, 싸리 빗자루로 쓱쓱 쓸어내리곤 하셨다. 그러한 방법으로 가려움은 잠시 가라앉았지만 그때뿐이었고, 소금으로 인해 따갑고 쓰리고 아픈건 변함 없었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발진이 심해질 때마다 울고불고 하는 나를 엄마는 “하느님이 금방 낫게 해 줄거야. 열심히 기도하자”며 달래느라 애를 쓰셨다. 울다가 지쳐서 엄마한테 “날마다 낫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했는데 하느님은 안 계신게 분명해. 이러다가 죽으면 저 하늘의 어느 별엔가 누군가로 태어날 거고, 내가 아닌 모습으로 태어 나더라도 그 속 모습은 분명 ‘나’ 일거니까, 잠시 아프지 않더라도 결국은 그 별에서 또 아파질게 분명해. 그러면 괴로움은 영원히 계속되는 거잖아”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던 유년의 슬픈 기억이 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산행 중, 나는 가야산 해인사 일주문을 넘지 못했다. 친구들이 다 들어가는데 내 발은 일주문 바로 앞에서 땅바닥에 딱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던 친구들이 팔을 잡아 끌고 일주문 안으로 들여보낼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넘지 못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발이 떼어지질 않아, 결국 일주문 밖에 혼자 남아 친구들이 돌아 나오길 기다려야 했던 황당하지만 뇌리에 각인되어 버린 기억도 있다.

50대 중년이 되어 기독교 신앙의 삶을 이어가던 중 딸과 함께 강남 봉은사 산책을 한 날은 내 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도심의 사찰이 이렇게 평화롭고 고즈넉할 수 있을까 감탄하며 둘러보던 중 종무소 앞 배너가 눈에 띄었다. ‘불교공부-기초학당 공부 모집’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사찰은 울긋불긋 요란한 색깔과 무시무시한 그림들, 조각들이 입구에 있는 할머니들이 복을 빌러 가는 기복·무속신앙의 장소였다. 등산을 가면 산자락에 절 하나쯤은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한 번도 절이나 법당 안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눈에 확 들어온 불교공부 배너. 집에 돌아와서도 그 배너의 문구가 계속 떠올라 결국 불교공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다음날 다시 봉은사를 찾았다.

공부 신청을 하려니까 신도등록부터 먼저 하라는 담당자 말에 순간 고민과 갈등에 빠지고 말았다. “신도 아니면 공부 못 하나요? 꼭 등록해야 해요? 나는 교회 집사인데.” 

망설이다가 불교를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덜커덕 신도등록을 하고 말았다. 봉은사 신도번호 141404. 맘속에 ‘이 공부가 아니다 싶으면 신도등록 취소하면 되지’ 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교재를 받아들고 왔다. 

교재 ‘부처님 생애’로 시작해 불교 역사와 문화, 절 하는 법, 예불 등의 기초 공부는 감동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책 안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싯다르타 태자의 수행과정과 부처가 되어 가르침을 펴는 전법의 여정은 오십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강력한 감흥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사문유관을 통해 출가를 결심하면서 지녔을 고뇌가 그대로 전이돼 먹먹한 가슴으로 공부를 이어갔다. 너무 늦게 부처님 가르침을 접하게 되었다고 지나온 시간들을 한탄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다 새기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할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났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 초기경전 공부를 포함한 각 공부 단계를 수 년간 쉬지 않고 이어나갔고, 신심 또한 깊어졌다. 

“금생에 어렵게 만난 부처님 가르침, 숨이 멈출 때까지 절대 놓지 않겠습니다. 다음 생에도 인간의 모습을 받아 필히 부처님 법 전하는 올곧은 수행자로 살게 해 주십시오.”
기초학당 공부를 하며 세웠던 내 평생 최초의 발심이자 서원이었다. 

[1720호 / 2024년 3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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