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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송현광장 고집은 기독교·뉴라이트 편승한 ‘정치적 노림수’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4.03.15 11:29
  • 수정 2024.03.15 11:33
  • 호수 1721
  • 댓글 3

[기고] 이기룡 포교사

이승만기념관추진위 송현광장 언급에 기다렸다는 듯 “적극 검토”
“영화 인기 편승해 우파지지 확보하려는 무리수” 비판 귀담아야
장기 집권으로 피를 부른 ‘독재자’의 과오 상쇄할만한 공은 없어

이승만기념관 건립 부지로 검토되고 있는 열린송현광장.
이승만기념관 건립 부지로 검토되고 있는 열린송현광장.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기념관을 서울 한복판에 세우겠다는 일부 기독교와 뉴라이트의 복권운동에 편승하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노림수’에 불교계가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지난해(2023년) 6월 창립한 (재)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의 기념관건립 추진위원회가 서울 한복판의 송현열린공원 광장에 기념관을 건립하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60년 이상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 공(功)은 애써 무시하고 철저하게 과(過)만 부각해왔던 ‘편견의 시대’였다”고 지적하고 “이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 내내 독립운동에 헌신했고 6·25전쟁 직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한미 동맹을 굳건히 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초대 대통령의 공과를 담아낼 수 있는 기념관 건립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균형 잡힌 시각’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하필이면 지금이고, 기념관 건립장소가 굳이 송현열린광장 이어야만 하는가!

추진위 측에서 주장하는 민주정부 수립이나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안보를 튼튼히 했다는 공로를 인정해서 ‘건국의 아버지’, ‘대한민국의 모든 것은 이승만으로부터’라는 칭송을 액면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집권 12년이라는 장기집권 동안에 일어난 제주4·3사건(1948), 보도연맹사건(1949), 거창양민학살(1951), 3선 연임을 위한 이른바 ‘4사 5입’ 개헌 등 부산 정치파동(1952)과 장기집권을 위한 3·15부정선거 등 수 많은 과오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부정선거를 항의하는 주먹뿐인 학생들에게 발포한 최종 책임자는 누구란 말인가. 시민궐기 일주일만에 쫓기듯 하야하고 망명길에 올랐던 독재자의 과오를 상쇄할 공은 무엇이란 말 인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 중에서)

대한민국 헌법전문에서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역사적 평가’를 누가, 어떤 기준과 명분으로 감량할 것인가, 헌법 전문을 다시 쓴 다음이라면 모를까.

수유리 국립4.19민주묘지 학생 혁명 탑.
수유리 국립4.19민주묘지 학생 혁명 탑.

또, 있다.

‘一 九六o년 四월 十九일 이 나라 젊은이들의 혈관 속에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을 능히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이 용솟음 치고 있음을 역사는 증언한다. 부정과 불의에 항쟁한 수만 명 학생 대열은 의기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웠고 민주 제단에 피를 뿌린 186위의 젊은 혼들은 거룩한 수호신이 되었다. 해마다 四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 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해마다 四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되살아 피어나리라.’ (수유리 국립4.19민주묘지 학생 혁명 탑 비문)

접동새 울고, 진달래 피는 수유리 산자락에 국가가 세운 ‘국립4.19민주묘지’ 상징탑신의 돌위에 새겨진 ‘역사적 통곡’을 무엇으로 위무할 수 있을까.

지극히 편향된 시각으로 찍고 편집된 영화(한국전쟁) 한 편의 인기몰이에 편승해서 우파의 지지세력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야망으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광복후 미군정과 이승만 대통령은 ‘트루만 독트린(Truman Doctrine/1947년)’에 의해 일방적으로 좌파 단체로 낙인 찍은 한국불교교단을 제외한 채 기독교단에 미군정(美軍政)의 적산(敵産)재산 집중 불하와 한국전쟁(6.25) 후의 풍부한 원조물자 분배에 특혜를 주면서도 일제 조선총독부가 내린 악법인 조선불교사찰령과 일본불교 동화정책 폐지를 요구하는 불교계의 요구는 묵살하는 차별정책을 노골적으로 폈다는 것은 불교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뿐인가! 사찰을 교회에 내주고 농지개혁이란 이름으로 전통사찰의 고유 재산을 빼앗고 행정권을 남용해 태고·조계종단 간의 갈라치기로 분규를 일으킨 것도 이승만 정부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친기독교 vs 반불교’ 정책은 역대 정부에서도 지속되었을 뿐 아니라, 광복 80년이 되는 현재까지 더욱 노회하고도 노골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태고종은 “오로지 기독교 세력의 확장과 지원을 위해 불교계 종단 간의 분쟁을 통해 교세를 약화시키고 사찰의 관리까지도 국가가 장악하면서 정교분리의 원칙마저 무너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종 제정 스님은 “1950년대 농지개혁법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전국의 사찰”이라며 “농지개혁이란 미명 하에 불교계 재산을 몰수했다. 사찰 땅 일부는 국유 재산으로 환수해 교회를 지었다. 근현대 탄압을 겪은 불교계로서 이승만은 0.1%도 용서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기룡 포교사
이기룡 포교사

그런데도 기념관 장소가 꼭 송현광장이어야 하는가? 명예롭게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기념관을 짓는 외국의 대통령들도 여럿 보았는데, 무리한 장기집권을 꿈꾸다 ‘피를 보고’ 불명예 퇴임한 독재자 아닌가. 기념관 부지로 이화장이 최적 아닐까.

불교계의 거센 반발과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념관 장소를 송현광장으로 고집하는 오세훈 시장의 진짜 속내를 묻고 싶다.

 

 

[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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