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가재일 가벼이 여기며 출가 권할 수 있나

부처님 출현은 싯다르타 태자 출가서 비롯
출가재일 중시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모순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팬데믹 종료를 선언한 지 근 1년, 침체에 빠져있던 예년과 달리 올해 출가재일은 많은 불자가 잊지 않고 기념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예상을 빗나갔다. “바쁜데 그런 행사까지 해야 하나요?”

강원도 한 사찰 종무원의 답에 큰 실망감이 몰려왔다. 이어지는 “성도재일은 성대하게 기념했고, 다른 기도를 진행하느라 여념이 없다”는 설명은 쉬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다른 사찰 역시 마찬가지였다. 충청도의 한 사찰 종무원은 “출가재일을 처음 듣는다” 했다. 성도재일과 같은 불교의 4대 명절이라 설명해주니 “주지스님께 여쭙고 바로 연락주겠다”면서 감감무소식이다. 2년 전에도 전국 사찰과 신행단체에 출가재일을 문의하며 같은 상황을 겪었다. 그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현 상황이 안타까웠다.

불교는 고타마 싯다르타 태자의 출가로부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귀영화를 버리고 성벽을 넘어 사문 고타마로 거듭난 순간 ‘깨달음’은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마야 왕비가 무우수 아래서 싯다르타 태자를 출산했을 때, 당시의 유명한 수도자 아시타 선인은 “훗날 전 인도를 통일해 덕으로써 다스리는 제왕인 ‘전륜성왕’이 될 것이나, 출가하여 수행자의 길을 걸으면 진리를 깨달아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님’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숫도다나왕은 싯다르타 태자가 출가수행자가 되기보다는 장차 자신의 왕위를 계승해 훌륭한 군주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싯다르타 태자는 출가를 결심했다. ‘전륜성왕’과 ‘부처님’ 두 갈래길 가운데 부처님이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부처님의 출현은 출가로부터 현실화 됐으며, 승가와 교단이 설립되고 가르침이 현대까지 전해진 것도 부처님이 출가한 덕이다. 그렇기에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면서 출가재일을 기념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또한 출가재일도 중시하지 않으면서 누구에게 출가를 권할 수 있을까.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출가재일인 3월 17일부터 열반재일인 24일까지를 특별정진주간으로 정하고 조계사에서 ‘선명상 대가 초청 특별법문 및 정진의 장’을 개최해 눈길을 끈다. 지금껏 종단 차원에서 출가·열반재일 맞이 홍보영상, 스티커 등을 배포해왔지만 총무원장 스님이 직접 출가·열반재일 특별법문을 마련한 건 유례 없는 일이다. 정진은 첫날과 마지막날 진우 스님 특별 법문과 더불어 한산사 용성선원장 월암, 해인사 국일암 주지 명법, 안성 활인선원장 금강, 춘천 제따와나선원장 일묵,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이사장 인경,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서광 스님 등이 잇달아 선과 명상을 실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정진을 넘어, 한국불교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응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기획이 출가와 열반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불자들 사이에서 정진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불교의 본질적 가르침인 자비와 깨달음의 길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무수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불교가 진정한 중흥을 이루려면 부처님오신날 못지않게 출가재일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 날들을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깊은 성찰과 실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조계종의 이번 특별정진이 그 시작점이자 한국불교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전환점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