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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중독의 치료제 ‘재미없음’

기자명 성진 스님

쾌감은 도파민 과다분비 현상
자주 노출되면 금단현상 발생
정해진 시간에 알람이 울리면
행동 멈추는 것으로 치료가능

어떤 동기를 통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 인간은 흔히 만족감이라는 매우 기분 좋은 심리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뇌신경학자들은 이것을 뇌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하여 우리 자신에게 행복이나 기쁨 같은 감정적 보상을 주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도파민이 어떤 자극을 통해 과도하게 분비되면 인간은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쾌감에 자주 노출되면 이런 경험에 집착하며 벗어나지 못하고 마침내는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중독에 빠지게 된다.

과거에는 ‘중독’하면 약물이나 알코올, 담배와 같은 물질에 의한 중독이나 도박 정도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물질에 의한 중독뿐 아니라 비약물성 행동에 의한 도파민 분비에 강박이 되는 중독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도파민에 의해 주어지는 긍정적 심리와 포만감을 ‘자연보상(natural rewasd)’이라 하며, 이 보상을 지속적으로 받고 싶어 특정 행동에 집착하는 것을 행동중독이라 한다. 행동중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음식물 섭취, 쇼핑, 도박, 성욕,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그리고 소셜미디어에 집착하는 중독이다. 이미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행동중독을 충동조절장애의 한 분류로 보고 치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또한, 디지털 세상은 과거보다 훨씬 쉽게, 평범한 일상에서도 엄청난 도파민이 분비되는 자극을 만들어 내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라는 이 아름다운 말 한마디가 위험한 중독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좋아요’라는 한 마디 댓글에 집착하며 위험한 사진을 찍거나, 혹은 행동을 해 세간의 물의를 빚기도 한다. 또 요즘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이들이 떠들거나 울려고 할 때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준다. 이렇게 되면 너무 쉽게 도파민 자극에 노출되고 행동이 길들여지게 된다. 물론 이러한 현상들이 행동중독을 만드는 원인이라고 단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도파민이 매우 강한 감정적인 쾌감을 자주 불어오는 환경에 끊임없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래서 당장 내일 시험이라는 중대한 일이 눈앞에 놓여있어도 게임을 할 때 나오는 도파민의 쾌감에 중독돼 공부보다 게임을 선택한다. 그리고 휴식(休息)이 아니라 도파민에 취하는 것을 ‘쉼’이라 여기게 된다. 도파민의 분비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운동이나 등산, 스포츠와 같은 고통을 이겨내고 목표를 이루려는 동기를 만들어 내는 긍정성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순간적 쾌감을 만드는 도파민 대신 감정적 행동이 아닌 참선이나 명상과 같은 행동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는 것이다. 아마도 자는 것이 거의 유일한데 이마저도 현대인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출가해 느꼈던 생소함 중에 제일 큰 것은 ‘재미’라는 요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절 밖에 있을 때 ‘심심하다’라는 감정의 인식은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데 출가해 ‘재미’라는 감정 요소가 점점 줄어들자 ‘심심함’이라는 감정 또한 줄어든 것이다. 절, 염불, 좌선하는 것은 재미있냐 없냐의 범주가 아니다. 감정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 아니라 감정과 자신을 분리하도록 깨어있게 한다. 깨어있는 뇌는 도파민이라는 물질로 쾌감의 감정을 만들지 않는다. 명료한 평온함은 자극적 감정에서 벗어날 때 얻어지는 선물이다. 
 

이러한 연습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냥 하루에 몇 번 부모와 아이가 정해진 알람이 울리면 하던 행동을 그대로 멈추면 된다. 처음 시작은 30초에서 1분 정도 자신의 의식을 발끝부터 시작해 서서히 올라오면서 자신을 보는 연습만 해도 된다. 숫자를 그냥 마음속으로 헤아리게 해도 된다. 부모와 아이가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부터 이야기해 보면 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연습은 학습능률을 증대하는 메타 인지력 또한 높이게 한다. 그리고 이 ‘재미없는’ 작은 연습의 반복은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만나게 되는 도파민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동장치가 될 것이다.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sjkr07@gmail.com

[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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