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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상 핵심 꿰뚫은 대승불교 입문서

  • 불서
  • 입력 2024.03.21 14:13
  • 호수 1721
  • 댓글 0

공 공부
가지야마 유이치 지음/김성철 옮김/김영사/256쪽/1만6800원

공(空)은 반야경, 중관, 유식, 여래장, 정토, 선 등 대승불교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개념이다. 그렇기에 공을 모르고 대승불교를 말할 수 없다.

이 책은 용수를 중심으로 공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대승불교 입문서다. 저자는 가지야마 유이치(1925~2004) 전 교토대학 명예교수. 공사상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반야·중관사상, 인식론·논리학을 중심으로 불교의 문헌학적·철학적 해석에 큰 업적을 남긴 석학이다. 저자는 ‘숫타니파타’와 ‘담마파다’ 등 초기경전에 나타난 공사상의 근원을 파헤치며, 설일체유부의 실재론을 논파한다. 또 반야경류 경전과 용수의 ‘중론’ 및 ‘인연심론’을 중심으로 공과 연기의 관계성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공은 용수 이전에 고타마 붓다의 사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항상 주의를 잘 기울여서 세계를 공이라고 관찰하라. 자아가 있다고 하는 견해를 파괴하고,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숫타니파타’ 제1119게에는 공이라는 단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포살라라는 제자가 붓다에게 묻는 “물질적인 형태에 대한 생각을 떠나고, 신체를 완전히 버려, 안팎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의 지혜를 저는 묻습니다”라는 ‘숫타니파타’ 제1113게에도 ‘모든 것을 공이라고 관찰하는 사람이야말로 여래’라는 사상이 뚜렷이 나타나 있다. ‘명칭과 형태가 있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무일물인 사람은 모든 괴로움에 휩싸이는 일이 없다’는 ‘담마파다’의 제221송도 공사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상윳타니카야’의 산문 부분의 ‘실로 비구들이여, 미래세에 비구들은 이와 같이 될 것이다. 여래가 설한 그 경전들은 심원하고 의미 깊으며, 세간을 넘어, 공성에 속하는 것이다. 그것이 설해졌을 때 [비구들은] 잘 듣지 않을 것이다. 귀를 기울이지 않고 깨닫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용을 소개한다. 그리고는 ‘이것은 미래에 이와 같이 될 것이라는 예언 형태로 써 있지만 사실은 그 사건의 징후가 나타났을 때 쓴 것이 틀림없으며, 이것은 매우 놀랄만한 그리고 정직한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반야경’의 편집자들이든 용수든 붓다가 입멸한 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가르침이 소승불교에 의해 과도하게 해석되거나 결국은 왜곡돼 온 것을 바로잡고, 다시 한번 붓다의 진의를 회복하려는 의도 아래 대승불교 운동을 전개했음을 명확히 한다.

또 용수의 공사상 이해를 돕기 위해 용수가 끊임없이 비판했던 설일체유부의 3세실유론이 무엇이며 왜 등장했는지를 파악한다. 이어 용수 사상의 직접적 전제가 된 반야경 계통의 경전, 즉 ‘팔천송반야경’을 비롯해 ‘반야심경’ ‘금강경’ ‘유마경’에 나타난 공사상과 초기 대승불교 주창자들이 어떻게 초기불교의 공사상을 재발견했는지를 설명한다. 이밖에 용수가 주장하는 불교 교리에 대한 기본적 입장과 이론, 용수의 가장 짧은 저작인 ‘인연심론’의 번역과 해설, 정토교의 가장 중요한 경전인 ‘반주삼매경’의 해설을 통해 용수의 연기설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불교사상사에서 성숙해온 불래불거(不來不去)의 연기를 계승해 이론적으로 설명한 것임을 꼼꼼히 논증해 나간다.

번역자인 김성철 금강대 교수는 이 책의 초판이 발간된 1992년 이후 30년 동안 진전된 학문 연구 성과를 역자 후기에 더했다. 대승불교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과 공사상의 분류 및 그에 따른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상세한 각주도 공과 대승불교의 전반적인 사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재형 대표 mitra@beopbo.com

[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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