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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답사 끝 완성한 ‘손에 잡히는 중국 선종사’

  • 불서
  • 입력 2024.03.21 14:17
  • 수정 2024.03.21 14:19
  • 호수 1721
  • 댓글 0

중국선 로드맵
법지 스님 글·사진/운주사/496쪽/3만3000원

법지 스님, 달마 스님서 허운 스님까지 25명 조사스님 행적 등 정리
1500년 선불교 법맥 등 총망라…사찰 사진 수록해 현장감도 높여

다른 종교와 비교되는 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바다와 같은 포용성에 있다. 불교는 여러 나라로 전파됐지만, 그 지역의 문화와 불화하지 않고 융합하며 새로운 불교로 태어났다. 그렇기에 기독교와 같이 치열한 이단 논쟁에 빠지거나, 칼을 들고 싸우는 폭력의 덫을 피해 갈 수 있었다. 각 지역과 나라에 따라 불교의 형태와 모양이 조금씩 다를지라도  세계의 불자들은 일불제자(一佛弟子)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곳곳으로 퍼진 불교는 특히 중국에서 가장 큰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불교 전래 초기엔 경전 내용을 중국의 당시 문화적 수준에서 이해하는 격의불교(格義佛敎)의 과정을 거쳤다. 어느 정도 불교에 대한 이해가 싹튼 뒤 인도불교 원래의 뜻을 그대로 이해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불교가 제대로 정착하자, 이어 중국만의 독특한 불교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바로 선불교, 선종(禪宗)의 시작이었다. 선종은 오랜 세월에 걸쳐 중국의 전통과 사상, 문화, 관습 등과 끊임없이 융합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선종은 다시 중국의 사상과 문화, 역사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중국의 독창적 사상인 유학이 선종의 영향을 크게 받아 성리학(性理學)으로 발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선종은 중국에만 갇혀있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대만과 베트남으로 전파됐다. 인도의 전통을 그대로 답습한 상좌부 불교와는 전혀 다른 가장 독특하면서도 독창적인 불교로 발전해 대승불교의 꽃으로 피어났다. 

한·중·일 3국의 불교는 현재도 선종을 표방하거나 선종의 영향력 아래 있다.  한국의 대표 종단인 조계종, 태고종 또한 선종의 한 갈래라는 점에서 선종은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발하게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셈이다.

‘중국 선문화 가이드북’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실참과 교학을 겸비한 수행자이자 선 학자인 법지 스님이 한국선의 뿌리가 되는 중국선을 탐구하고자 일찍이 중국에 유학해 선사들의 깨달음을 찾아 나선 광대한 기록이다. 

스님은 10여 년의 세월 틈틈이 광활한 중국 전역을 돌며 25명 조사들의 행적과 사상, 주석했던 사찰을 찾아 기록했다. 그러면서 선종의 초조인 보리달마 스님부터 근대 허운 스님까지 1500년 세월 장구히 흘러왔던 선의 물줄기를 꼼꼼히 정리했다. 

책은 초조인 보리달마 스님의 소림사를 시작으로 육조 혜능 스님의 남화선사, 황벽희운 스님의 황벽선사, 위산영위 스님의 밀인사, 임제의현 스님의 임제사 등 사찰을 답사하고 마침내 조주종심 스님의 백림선사와 근대의 고승 허운 스님이 주석했던 와룡선사에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선의 황금시대에 태동한 오가칠종을 망라한 성실한 답사기에는 각 종장의 가풍과 방편을 세밀히 기록해 선불교 법맥에 대한 법지 스님의 깊이 있는 이해와 내공을 보여준다. 특히 보리선사 동산양개 스님의 ‘정편오위’나 경산사 대혜종고 스님의 ‘화두참구법’ 등 조사들의 학인 제접을 위한 다양한 수단까지 소개하고 있어 중국선 공부에 반드시 필요한 책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선종 초조 보리달마 스님이 주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중국 소림사의 탑림. [운주사]

특히 조사들의 가르침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자세히 설명했을 뿐 아니라 가르침이 후대에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있기에 중국선의 줄기뿐만 아니라 변천사, 각 조사의 가르침까지 한번에 이해가 가능하다. 

책은 중국학계의 분류법에 따라 여래선, 조사선, 분등선이라는 3가지 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의 시대 상황, 사원의 역사와 현황, 해당 사찰 스님의 삶과 사상, 그리고 그 절과 스님을 둘러싼 고사들까지 촘촘하게 정리했다. 특히 법지 스님이 현장을 직접 순례하며 찍은 사진이 적절하게 배치돼 있어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을 제공하고 있다.

법지 스님은 중앙승가대를 졸업하고 동국대에서 석사학위를, 중국 남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정각사, 해인사, 중국의 남화선사, 고명사, 사조사 등에서 수선안거했다. 현재는 중국 남경대학 ‘중국불교예술’ 편찬위원, 부산 대원사 주지,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아사리,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겸임교수 등을 맡고 있다.

김방룡 한국선학회장은 “이 책은 오랜 세월 중국 선사들의 자취를 찾아 헤맨 법지 스님의 고독한 여정이 잘 녹아있다”며 “초조 달마대사부터 허운선사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머물던 사원의 역사와 현황, 선사상을 잘 정리한 손에 잡히는 중국선종사”라고 평가했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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