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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통령 또 없습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선 후보 윤석열이 가수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르는 것을 보고, 저거 나도 좋아하는 노래인 데라고 맞장구쳤던 기억이 난다. 그는 노래를 선곡하게 된 배경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언어 구사력까지 발휘했다. 순간 시큼털털한 감동이 밀려왔다. 실제로 이승철은 영결식장에서 이 노래를 처연하고 담담하게 읊조리며 할 말이 많았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토닥토닥 꼭꼭 여미어주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대통령 윤석열의 언사와 몸짓은 거칠고 무례하다. 도리도리까지는 뭐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장소 불문하고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모습은 그저 교양 결핍일 뿐이다. 반말투의 짧은 단문을 남발하고 걸핏하면 골난 듯한 표정을 짓는 것도 비호감이긴 마찬가지다. 부인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도 상황을 계속 악화시켰다. 학력위조와 주가조작 개입만으로도 국민의 인내심은 일찌감치 바닥났다. 대통령 부인으로서 조용히 살아야 할 사람이 해외 명품 가방을 대수롭지 않은 듯이 받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언뜻언뜻 들리는 듣기 거북한 말투와 단정치 못한 옷매무새는 대통령 부인의 품격을 되돌아보게 했다.

윤 대통령은 특수부 검사 시절의 업무 스타일을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고수하고 싶은가 보다. 찍어내기식 응징 정치를 밥 먹듯이 반복한다. 지켜보는 국민이 민망할 정도였다.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회심의 미소를 머금은 영화 속 조폭 두목 같다. 그 바람에 정작 임기 초에 밀어붙여야 할 개혁과제는 모두 실종되고 말았다.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까지 일어났다. 159명의 청춘들이 골목길에서 산 채로 숨이 막혀 죽었다. 그랬는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어떤 공직자도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 시민의 입을 틀어막고 강제로 끌어내는 장면도 수시로 등장한다. 국회에서는 야당 국회의원이, 카이스트에서는 졸업생이, 민생토론회에서는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대통령 경호원들로부터 입막음을 당한 채 행사장 밖으로 쫓겨났다. 방송에서는 파란색 ‘1’자를 소품으로 썼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 것처럼 위협하는가 하면, 김건희 ‘여사’ 자를 뺐다고 방송심의위원회가 행정제재를 하겠다고 나섰다.이쯤 되면 야당으로부터 검찰 독재정권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쩌면 이렇게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일만 골라서 하는지 모르겠다. 해병대 채수근 일병 사망 사고 수사 외압 혐의를 받고 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뜬금없이 주 호주대사로 임명해 법치주의를 우습게 만든 파행인사가 국내외언론의 몰매를 맞았다. 총선을 바로 코앞에 둔 시점에 정부와 여당의 악재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을 왜 굳이 무리하게 추진했을까.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재판과정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듯이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이 사건의 출발점일까.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대통령의 사건 개입 여부를 증언할 핵심 관계자일까.

이런 와중에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36년 전 국군 정보사 요원들이 주도한 언론인 대상 ‘회칼 테러’ 사건을 꺼내면서 우쭐거렸다가 일주일 만에 사퇴했다.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노골적인 대언론 겁박 행위였다. 이런 대통령실 참모들의 일탈 행위가 대통령실의 위압적인 업무 분위기와 연동되어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개인의 과잉 충성이 빚은 일회성 사건으로 보고 싶다는 말이다. 윤 대통령에게 이번 총선은 매우 중요한 정치 이벤트다. 과반 의석수 확보에 실패하면 남은 임기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가수 이승철이 노래한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비틀어서 글의 제목을 ‘이런 대통령 또 없습니다’라고 붙여봤다. 이번 총선에서 행사할 주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경책할 따끔한 죽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허남결 교수 hnk@dongguk.edu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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