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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작법’ 전승할 마지막 기회

  • 기자칼럼
  • 입력 2024.03.25 15:33
  • 수정 2024.03.26 13:49
  • 호수 1722
  • 댓글 0
조계종 가사원이 제작한 가사들이 나란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조계종 가사원이 제작한 가사들이 나란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가유형문화재 가운데 불교문화재가 70%를 차지하는 만큼 불교는 한국의 민족 정체성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문화재의 국가유형문화재 비율과 달리 국가무형문화재의 비율은 155건 중 6건(3.8%)으로 눈에 띄게 낮다. 불교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3월 20일 조계종 종책질의에서 밀양 표충사 주지 진각 스님은 불교무형문화재 중에서도 ‘가사작법’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스님은 “다양한 국가에 불교가 존재하듯 국가별 가사 형태와 가사작법에 차이가 있다. 한국도 고유한 가사작법이 존재한다”며 “한국의 문화이기도 한 가사작법이 무형문화재에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진각 스님에 따르면 법주사 무상 스님과 통도사 명천 스님 등을 통해 가사작법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통 가사작법을 행할 수 있는 출재가자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무형문화재로 등재해 보존하지 않는다면 가사작법의 맥이 끊길 수 있는 실정이라는 우려다.

‘가사’는 불의(佛衣)라고도 불리며 부처님 재세시부터 승(僧)과 속(俗)을 구분하는 법복이다. 후대에 내려오면서 가사는 예경의 대상이 되고 수행자의 6가지 필수품 가운데 하나이자 법을 전하는 증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가사의 모양은 길고 짧은 방형의 조각들을 4장 1단, 3장 1단, 2장 1단으로 이어서 장조(長條)를 이루고, 이 장조를 5~25조 사이의 홀수로 모아 장방형의 천을 이루어 완성된다.

불교가 전해진 지역이 다양하듯 국가나 지역, 민족별로 가사의 형태와 조성방법도 다양하다. 한국 또한 한국불교만의 가사 작법이 형성되고 전승됐다. 한국의 가사 작법은 천을 가로 세로의 여러 조각으로 제단하고 이들을 서로 연결되도록 꿰매어 田(전)자 모양이 나타나도록 해 하나의 가사를 만드는 특징을 보인다. 또 가사의 모양뿐 아니라 활용되는 바느질 방법도 다양해 이를 정확히 익히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1962년 조계종단이 정식 출범하고, 같은해 8월 29일 ‘의제법’을 제정·공포하면서 가사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하지만 ‘가사’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등한시됐다. 58년만인 2020년에 ‘의제법’이 처음으로 수정되면서 법계에 따른 가사조의 내용이 추가됐다. 그러나 추가사항 이외엔 여전히 종법 내용이 한자로 표기돼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읽기조차 어렵다.

진각 스님은 “현재 총무원 산하기관인 가사원에서 일괄적으로 가사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지만 재봉틀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전통적인 가사작법과 거리가 멀다”며 “전통 가사작법 자료를 토대로 학술세미나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불교무형문화재를 지켜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료 취합과 발굴 과정이다. 이를 위해 종단 차원에서 작법 기술 관련 문헌 등 자료와 장인을 조사·발굴해 취합하고 전문가 구성, 예산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

무형문화재는 기술을 가진 장인의 맥이 끊길 경우 단절된다. 불교문화의 한 부분이자 불교에서 없어서는 안될 ‘가사작법’ 기술을 가진 장인들은 대부분 고령이다. 또 일상에 활용되는 기술이 아니다 보니 배우려는 출재가자도 적다. 가사 작법을 전승할 마지막 세대가 사라진다면 불교무형문화재가 또 하나 사라지게 된다. 지금 이 시기가 불교무형문화재인 ‘가사작법’을 이어갈 마지막 기회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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