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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정의 결정적 단서

마산포교당정법사목조보살상
자료부족에 문화재 지정 난항
1962~1966년 촬영본 배경서
목조좌상 확인되며 연속 증명

사진은 그 자체로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역사라고 한다. 뭔 말인가 싶겠지만, 지금이라도 어릴 적 사진 한 장을 꺼내 본다면, 아하! 할 것이다. 또한, 다음의 이야기를 듣자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최근 마산포교당 정법사는 관음전 목조보살좌상의 문화재 지정을 추진했다. 문화재 지정에 별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뜻하지 않게 보살상의 보존 기간이 문제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지정문화재가 아닌 경우 건설·제작·형성된 이후 50년 이상이 지난 것을 우선으로 하며, 그중에서도 작품성이 뛰어난 것만을 지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이 갖춰졌더라도 그 유물이 도난품이나 불법 유출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 유물이 일정 기간 한 장소에 보존된 것임을 증명해야 한다. 정법사의 경우 바로 이 일정 기간의 보존 문제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당시,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던 최선일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 소장님은 이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사진이 없어 애를 먹고 있었다. 평소 필자와 친분이 있던 최 소장님과 대화 중 이러한 애로사항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마침 근대불교 사진을 디지털콘텐츠화 작업 중에 마산포교당 관련 사진이 몇 장 있어 보내주었다. 

그런데 며칠 후, 최 소장님과 당시 주지 스님이었던 도문 스님이 잇달아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말씀인즉 필자가 보낸 사진 중 바로 이 사진이 보살상 보존 기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진이라는 것이다.

사진을 보면, 스님 세 분과 남녀 학생 열두 명이 있다. 학생들의 교복 옷섶에 ‘중(中)자’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중학교 학생들로 보인다. 그리고 그 뒷배경에 문제의 보살상이 보인다. 이 사진은 무슨 연유로 모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정법사 스님들과 중등부 학생회의 기념촬영 사진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특히, 가운데 앉아 있는 스님이 청하(靑霞, 1927~2004) 스님인데, 정법사의 기록에 따르면, 1962년부터 1966년까지 주지를 역임했다. 결국 이 사진으로 목조보살좌상은 적어도 60여 년 이상 정법사에 있었음이 증명돼 문화재 지정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이후 이 보살상의 문화재 지정 여부를 확인해보니 “조성발원문이 발견되지 않아 제작 시기와 작가를 알 수 없지만, 보살상의 이목구비에서 풍기는 인상이나 착의법 등 양식적 특징이 17세기 중반에 활동한 조각승이 만든 기년명[紀年銘, 비석이나 기물에 제작이나 사용 따위의 연시(年時)를 기입한 명문(銘文). 필자 주] 보살상과 유사해 제작 시기와 조각승 계보의 추정이 가능하다”는 설명과 함께 2022년 4월 21일 마침내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진의 역사는 1884년 지운영(池運英, 1852~1935년)이 마동(麻洞, 현재 마포구)에서 사진관을 개업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햇수로 따지면 적어도 140년이 된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진의 보존 기간이 100~150년임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근대불교 관련 사진은 이미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사진은 문화이자 역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역사의 보존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황정일 동국대 대우교수 9651975@hanmail.net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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