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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해력, 맹목적 믿음서 벗어나는 토대

  • 불서
  • 입력 2024.03.26 16:29
  • 수정 2024.03.26 16:31
  • 호수 1722
  • 댓글 0

종교문해력 총서
성해영·강성용·정경일·박현도·장진영 지음
불광출판사/5권 9만8000원

불교·기독교·이슬람교·원불교 인문학 관점서 각 종교 재해석
탈종교 현대사회서 올바른 종교 선택·바른 신행 지향점 제공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는 대단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이비 교주의 사악한 행태를 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단순히 사이비 교주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종교에 입교한 신도들의 맹목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신도들의 종교문해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지요. 종교문해력은 맹목적 믿음이 아닌 자기 종교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종교가 없는 이들에게는 바르게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조성택 마인드랩 이사장)

종교문해력은 생소한 단어다. 단순히 글을 아는 것을 넘어 그 의미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문해력이라고 한다면 종교문해력은 이성적 이해의 측면에서 종교를 재해석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서구에서는 관련 연구 논문만 수천 건에 달할 정도로 이미 보편화된 용어다. 종교문해력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바른 믿음은 물론 바른 신행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종교는 언어를 넘어선 영역으로 그것을 오로지 믿음으로만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종교문해력은 올바른 종교의 선택과 바른 신행의 지향점을 제공한다. 특히 다종교·다문화 사회에서 다른 종교와 세계관을 이해하는 ‘종교 감수성’을 높이는 힘이 된다. 

마인드랩이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의 지원을 받아 출간한 ‘종교문해력 총서’는 종교문해력으로 종교감수성을 키우는 입문서 시리즈다. 인류 지성사에서 오래되고 많은 신도를 가진 세계 종교의 핵심 메시지들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종교학을 비롯해 붓다·예수·무함마드·소태산 등 각 종교 창시자들의 삶을 중심으로 그들이 고민한 인생의 근본 문제와 그 해답을 새롭게 풀어냈다. 또한 탈종교, 기후변화와 팬데믹, AI혁명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종교의 의미와 가치, 다름과 공감에 대한 시선의 방향을 일러준다. 

‘종교문해력 총서’ 집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좌측부터 강성용 서울대 교수, 박현도 서강대 대우교수, 장진영 마음인문학연구소장, 정경일 성공회대 교수, 성해영 서울대교수. [불광출판사]
‘종교문해력 총서’ 집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좌측부터 강성용 서울대 교수, 박현도 서강대 대우교수, 장진영 마음인문학연구소장, 정경일 성공회대 교수, 성해영 서울대교수. [불광출판사]

‘종교문해력 총서’는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종교)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불교)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기독교)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이슬람교) ‘소태산이 밝힌 정신개벽의 길’(원불교)로 총 5종으로 구성됐다.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종교학자들이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각 종교의 핵심을 다루고 있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가 쓴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는 이제까지 알았던 종교를 색다르게 바라보는 안목을 제공한다. 저자는 기도, 믿음, 헌금, 보시 등 흔히 떠올리는 종교의 연관 검색을 거부한다. 대신 좀처럼 종교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로 종교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 낸다. 플라톤의 에로스 철학과 신비주의, 황홀경으로 해석하는 엑스터시, 무종교의 종교, 종교를 믿지 않지만 영적인 삶을 추구하는 SBNR (Spiritual But Not Religious) 등 새로운 개념과 단어들로 종교의 매력을 탐구한다. 맹목적 믿음이 아닌 이해의 측면에서 종교를 바라보도록 이끈다. 

강성용 서울대 인문학연구소 부교수가 쓴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은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붓다가 마주했던 인생의 괴로움과 깨달음을 탐색하는 추적기이다. 국내 대표 인도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는 고대 인도의 전통, 언어, 문화, 종교, 사상사의 맥락 안에서 정리되고 재구성된 붓다의 이야기 이면에 숨어 있는 붓다의 목소리를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붓다가 무슨 고민을 했고, 당시 사상가들과 다르게 어떤 발상의 전환으로 해답을 찾았는지 탐색했다. 그리고 붓다의 고민과 해답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정리했다. 

정경일 성공회대 연구교수가 쓴 ‘지금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는 1세기 팔레스타인의 정치, 종교, 문화적 상황 속에서 예수를 재해석한 것이다. 특히 ‘오직 예수’를 부르는 맹목적인 믿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인간 예수’를 이성적으로 이해하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가 쓴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은 이슬람교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해설서이다. 이슬람교는 ‘폭력적인 종교’라는 편견이 많다. 그러나 저자는 “이슬람교는 평화롭고 영성적이며, 하나님(알라)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따르는 종교 전통”임을 강조한다. 최후의 예언자 무함마드에서 시작한 계시·역사·문화·법·신앙 등 이슬람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고 있다. 

장진영 마음인문학연구소장(원불교 교무)이 쓴 ‘소태산이 밝힌 정신개벽의 길’은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의 삶을 정리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국가의 변방 청년이 물질문명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찾은 정신개벽의 본질과 소태산이 꿈꿨던 ‘개벽의 꿈’을 역추적했다. 

다종교 사회 속에서 종교 간 갈등이 만연해지고 있는 요즘, ‘종교문해력 총서’는 자신의 종교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이웃종교를 바르게 이해하는 길잡이가 될 듯하다. 

권오영 전문위원 oyemc@beopbo.com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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