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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 美 버지니아대 제프리 홉킨스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학승-라마 가르침 존중 新티베트학 정립

베트어→영어→티베트어 번역체계 구축

신비주의 관점 탈피…수행전통 이해 도와



제프리 홉킨스 교수는 1973∼2004년까지 버지니아 대학교 종교학과의 인도-티베트 불교 전공교수로 역임하면서 티베트 불교학의 정립과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다. 동료 교수인 티베트 불교사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저마노 교수는 홉킨스 교수의 가장 큰 업적을 티베트 불교학에 있어 티베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 점이라고 한다. 기존의 티베트 불교학은 2차 대전 이후 티베트 각지로부터 약탈해 온 자료에 의존하여 서구적 해석을 입힌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탁상공론식의 티베트 불교에 대한 연구는 홉킨스 교수에 이르러 티베트의 학승들과 라마들의 가르침을 존중하는 새로운 티베트 불교학의 방법론이 나오면서 그 입지를 잃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며 중요한 저서 가운데 하나인 ‘공성에 대한 사색 (Meditation on Emptiness)’과 ‘공의 수행 (Emptiness Yoga)’ 에서는 그 동안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만 이해되고 있던 공성(emptiness)이 구체적인 실재이며, 깨달음으로 가는 중요한 명상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홉킨스 교수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T. R. V. 무르띠’의 ‘불교의 중심철학’(김성철 역)에서 무르띠가 “공성은 명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에 대해서 반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공성에 대한 사색’은 그 이전의 티베트 불교와 철학에 대한 이해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티베트 불교에서 어떠한 관점들이 있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놓아 많은 후학들이 공부할 수 있는 많은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가 티베트어로부터 번역한 전문용어들은 티베트어로 다시 환역 하였을 때에도 티베트어의 의미에 손상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였으며, 이러한 용어의 정확성 때문에 많은 티베트 관계 영어 서적들의 표준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꼼꼼함은 그의 번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티베트어를 영어로 번역한 뒤, 그 영어 번역을 다시 티베트어로 옮겼을 때 한치의 오차도 없이 번역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러한 티베트어 영역 방식은 이후 많은 티베트 불교학자들의 번역 방법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30여권의 저서와 6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그의 저서와 번역서는 티베트 불교학의 중관학과 유식학, 딴뜨라 등 다방면에 폭 넓게 걸쳐 독자들에게 티베트 불교의 생생한 이해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그의 저서들은 복잡한 불교 철학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사사 받은 달라이라마와 티베트 고승들의 가르침들을 대중적으로 알리는데도 노력하여, 그 이전까지의 티베트 불교에 대한 신비주의적이고 피상적인 관점을 바꾸어 티베트 불교의 다양한 전통과 수행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데도 큰 이바지를 하였다.

1973년 버지니아 대학교 종교학과에 재직한 이래, 홉킨스 교수는 티베트 불교학의 연구에 있어 티베트인들이 사원에서 학습을 하는 체계와 순서, 특히 겔룩파의 게쉬 (최고 학승) 학습 과정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승려들의 기본적인 교육 가운데에는 인식의 대상에 대한 정의와 분류법이 있다. 그는 이러한 정의와 분류법을 티베트 독해시간에 가르치며, 그것을 응용하는 티베트식 논쟁법인 째바를 티베트어 회화 시간에 가르치는데, 이것은 미국에서는 유일한 티베트 논쟁법 강의이다.

그의 제자들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영국과 호주 등 전 세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 연구 분야도, 티베트의 네개 종파인 닝마, 사꺄, 까규, 그리고 겔룩파의 문화, 철학의 연구에 폭 넓게 걸쳐 있다.

그는 동료교수이자 티베트 불교사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데이비드 저마노 교수의 폭 넓은 역사이해와 비교하여 스스로를 ‘작은 것에 집중하여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제자들의 지도에 있어서도 모든 면에 있어 매우 세심한 관찰과 이해를 당부하고 있으며, 보통의 미국 지도교수들과는 사뭇 다른 동양적인 지도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는 인도에서 옮은 기생충 병 때문에 1991년에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2003년과 2004년의 강의에서는 기생충 병과 약물치료로 인해 오는 극심한 고통과 시각, 언어 장애, 체력감소로 고통을 겪어 2004년 5월 강의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심하였다. 그는 늘 제자들에게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내일이라도 금방 끝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간에 이르렀을 때는 점차 시들해지고, 곤란한 일들에 좌절하게 되며, 결국 그 끝을 보기란 쉽지 않다. 번역과 분석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인내하라. 한 가지 번역 등의 일을 한 뒤에, 그 이전의 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잊고, 마음과 몸을 재충전한 뒤에 새로 시작하라. (기존의 작업들에 대해 자신이 이만큼 했다고 생각하면서 공부에 지쳐가니 항상 초발심으로 시작하라는 뜻)”라고 당부했다.

미시건대 교수인 도날드 로페즈의 제프리홉킨스에 대한 헌사는 아마도 그의 제자 모두가 동의하는 스승에 대한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한다.
“제자로서 스승을 모시며 가장 슬픈 순간은 스승의 한계를 볼 때이다. 하지만, 나는 홉킨스 교수에게서 단 한 번도 그러한 한계를 보지 못했다.”

버지니아대 종교학과 박사과정 이종복 buddhi@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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