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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수행 윤태임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1000일 참회정진 후 미움 버려
“네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

북한동포를 돕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만강변에 굶주려 죽은 시체가 쌓이고 TV를 통해 젖먹이에게 먹일 젖조차 부족하여 아이를 밀쳐내는 부인이 방영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민족의 대수난의 늪 앞에서 우리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사회적 냉담함 속에서, 그리고 남·북한 정부끼리의 치졸한 밀고 당기기 싸움 앞에서 내 맘속의 분단 의식을 돌아보고자 시작한 것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24시간 1000일 정진”이었다.

2000년 3.1절을 기점으로 시작된 입재식에 참여한 모두는 기필코 당시의 얼어붙은 마음들을 녹여 통일을 이루리라는 비장함까지도 배어있었다. 1000일 정진 기간 중 100여 일이 지났을 때 남과 북의 전상들의 만남이 이루어 졌으며 차츰 차츰 화해의 분위기가 피어오르는 듯 보였다. “또로록딱 또로록딱” 끊임없이 이어지는 목탁소리를 귀에 꽂고 눈으로는 “내 동포의 아픔을 몰랐습니다. 참회합니다.”라고 쓰여진 명심문을 보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참회합니다. 어제 외면한 딸아이의 아픔도 남편의 불편함을 모르는 척 외면한 마음도 북한동포를 외면한 마음과 갈등을 같은 것임을 알았습니다.”

내 마음속의 분별심, 나와 다르면 생소하게 느껴지며 함께 상대하기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너무도 여실히 보였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배격, 멀리하고픈 마음들이 모여 오늘날 분단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는지! 참회가 되고 또 참회가 되어졌다. “이러니 통일이 어려운 것이지.” 정치를 하는 사람들만 원망했던 나 또한 그들보다 나을게 없었다.

하지만 통일염원 24시간 1000일 정진이 진행되는 동안 꿈에서라도 머리채를 잡고 싶을 만큼 미워했던 이를 용서했고 24시간정진에 동참하면서 매일 깨어나는 나를 만나게 되고 매일 법당에 드나들면서 시끌벅적한 생활 속의 고민들이 맑게 정리가 되었다.

두 딸아이에게도 너희들을 한 형제임을 알려주고 형제는 네가 잘했다, 내가 잘했다 하고 서로 싸우는 존재가 아니라 화합하고 이해를 먼저 해야 함을 알려주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하고,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가능한 분위기 조성과 아울러 그 동안 화내면서 무너뜨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임을 알려 주었다. 24시간 1000일 통일 정진이 시작되면서 더욱 바빠진 엄마의 일정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무언의 지지, 최소한 허튼 짓은 아닐 것이란 믿음 속에서 가족의 저녁밥을 차려주기도 하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식구들의 고마움이 1000일 기간동안을 나를 지켜준 버팀목이었으리라.

그것을 느끼는 순간! 그것은 통일이었다. 막연한 통일의 느낌이 현실로 맞닿아지는 순간! 엄마인 나는 두 딸과의 통일의 기쁨을 가슴으로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24시간 100일 정진은 “네가 죽으면 나도 죽고 네가 살면 나도 산다. 네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하고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였다.

이제 9년째로 접어드는 나의 신앙 생활 속에서 아직도 북한이 빠지기 않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북한동포와 함께 하는 나의 삶! 진정한 통일이 되고 남과 북이 하나되는 그 날까지 불자로서의 삶과 둘이 될 수 없는 통일기도 정진은 계속될 것이다.

정토법당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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