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를 믿는다면 이생은 촌각에 불과”
“윤회를 믿는다면 이생은 촌각에 불과”
  • 남배현
  • 승인 2004.08.1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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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살라 강원 학장 담췌 겔췐 스님
“한국 기자 양반, 아마도 전생에 티베트 불교와 인연이 깊은 것 같은데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게요.”

꼭 1년 전 일이다. 2003년 8월 인도의 다람살라를 방문해 달라이라마의 대만 불자들을 위한 대중 법회를 취재하던 중 만나 티베트 교학에 관한 인터뷰를 했던 티베트 강원 학장 담췌 겔췐 스님이 기자에게 던진 말이었다. 기자 또한 불자이기에 ‘윤회’와 ‘인연’에 대해 굳게 믿고 있었으나 학장 스님의 말씀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사진설명>담췌 겔췐 스님은 "윤희에 대한 확실한 믿음은 결국 성불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스승 자체를 삼보로 받들어

그러나 학장 스님의 가르침대로 기자는 다람살라에서 봉행 된 달라이라마의 한국 불자를 위한 첫 대중 법회에 동참했다가 꼭 5개월 만인 올 1월 다시 스님을 친견했다.

스님은 삼배 후 돌아서려는 기자에게 “다시 인연이 닿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다시 7개월 뒤 이번엔 담췌 겔췐 스님이 방한했다. 스님의 말씀대로 인연이 닿은 것이다. 7월 24일 방한한 스님은 사흘 후인 27일 부산 티베트문화센터인 광성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다람살라에서 내렸던 가르침을 다시 펼쳤다.

“‘윤회’와 ‘인연’에 대한 믿음이 투철하다면 반드시 성불로 이어질 것입니다.”
짧았지만 티베트 불교의 세계관과 교육관, 윤회관 등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씀이다. 한국 불자들도 학장 스님처럼 ‘윤회’와 ‘인연’을 믿는다. 티베트 불자들도 ‘윤회’와 ‘인연’을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불자들은 ‘생의 윤회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행동은 이생만을 좇는다. 그러나 보니 대단히 급하다. 이런 현상은 아무래도 급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대화와 과학화, 산업화 등과 무관하지만은 않은 듯 하다.

우리 사회는 보다 빠른 것, 보다 많은 것 등 오욕을 좇고 있다. 그런 반면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티베트의 4000∼5000m 고지대에서 ‘서두름’과 ‘빠름’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서두름’은 죽음의 시간을 더욱 앞당길 뿐이다. 티베탄들은 빨리 걷는 법이 없다. 늘 위파사나 수행을 하듯 걷는다.

“꼭 자연 환경이 ‘윤회’와 ‘인연’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한 것만은 아닙니다. 티베트 불교의 쫑카파 대사나 달라이라마 등 큰 스승에 대한 믿음이 금강과도 같이 단단하기에 사부대중은 스승을 믿고 따릅니다. 가르침만이 아닌 스승 자체를 삼보로 받들고 있습니다.”
스님은 “티베트에서 스승과 제자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처럼 돈독하고 끈끈하다”고 강조하며 티베트의 교학 체계와 수학 방법 등을 찬찬히 소개했다.


<사진설명>딤췌 겔췐 스님이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있는 남걀 사원내 강원에서 학인들과 아침 예불을 올리고 있다.

20여년 교학 뒤 명상 수행

“티베트에서 교학을 배우는 기간은 기본적으로 15년입니다. 일반 강원에서 아비달마와 반야경, 율장, 중론, 인명 등 5개의 큰 경전을 대론을 통해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공부합니다. 하람 게쉬 학위를 취득하려면 5년을 더 공부해야 하지요.”

우리나라 강원의 교육 기간이 4년인 것과 비교하면 티베트 강원의 교육 기간은 5배다. 티베트 스님들은 경전을 외우고 이해한 뒤 두 그룹으로 편을 갈라 한편에선 경전의 내용으로, 다른 한편에서 경전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대론하면서 논리력을 키우고 경전에 대한 믿음을 더욱 확고히 한다.

20여년 간의 교학 공부 이후 티베트 스님들은 어떤 공부를 할까. 그 이후에도 티베트 스님들의 수행은 명상이 주가 되기는 하지만 경전 공부 역시 계속된다.

“경전은 자신의 수행이 길에서 벗어났는가 아니면 정도 위에 있는가를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입니다. 교학 공부를 마친 후 스님들은 명상을 합니다. 명상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대부분 ‘왜, 그 이치가 왜 그런가’라는 의문을 갖는 명상과 마음을 한 곳에 집중시켜 선정에 드는 명상에 진력합니다.”

오체투지를 해도 10만 번, ‘옴 마니 반메 훔’ 진언을 해도 10만 번씩 한 후에야 비로소 최소한 기초 수행을 회향한 것으로 보는 티베탄들은 이생의 수행자는 다음 생 역시 수행에 진력하는 수행자로 거듭난다고 믿는다.

담췌 겔췐 스님 역시 인터뷰 내내 “윤회에 대해 믿을 때 살생 등 악행을 할 수 없으며 다음 생에 성불을 위해 정진하는 수행자로 태어나겠다고 발원할 수 있다”고 되풀이해 강조했다.

한국 강원 수학열기 인상 깊어

강원에 재학 중인 티베트 제자 두 명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학장 스님은 8월 1일 다람살라로 향했다. 보성 대원사와 양산 통도사, 순천 송광사, 경주 불국사-석굴암, 부산 범어사, 서울 성북동 길상사 등 한국을 대표할만한 사찰을 두루 둘러 본 스님은 “강원에서 정진하고 있는 한국 학인들의 정진 열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교학승의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또 한 마디를 남기셨다.
“또 만날 날이 있을 게요.”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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