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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수행 최광용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인도 땅 헤매다 위파사나와 인연
지계-묵언하며 20시간씩 정진도

2002년의 마지막 달, 지금은 ‘겨울’이라고 이름 붙여야하겠지만, 그때 내가 머물었던 그 대륙은 금방이라도 모든 것이 녹아내릴 듯 햇볕이 강하고 공기가 뜨거웠다. 점점 더해지기만 하는 삶의 무게로써 다가오는 정신적인 고뇌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에 대하여, 여느 젊은이들처럼 세상일의 즐거움이나 성취로써 치환시켜주지 못했던, 나는 어찌 보면 참으로 도도한 부적응자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하여 아직 ‘학생’이라는 이름이었던 그 몇 해 동안, 그 고뇌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많은 현자들이 머무른다는 땅들을 홀로 방랑하였다.

인도 중부의 엘로라석굴로 향하는 녹슬고 뒤틀린 로컬버스 안에서 만난 한 여인에게서 ‘위파사나’라는 것을 처음 전해 듣게 되었다. 가볍게 흘려 넘기고야 만 그 이름이 내게 크나큰 인연이 되려고 하였는지, 삶이 가장 힘겹고 절망스럽다고 여겨지던 어느 한때,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여인의 선명하게 빛나던 눈빛과 ‘위파사나’를 떠올렸다.

이를 인연으로 위파사나 수행처인 보리수 선원에서 진행 중이던 하안거 집중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동경의 마음으로 바라만 보던 수행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초심이 선심(禪心)이라는 말이 있다. 죄수가 평생 머물러야 할 감옥소에서 도망쳐 나오듯, 삶의 고뇌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강한 의지는 부처님의 담마(法)를 어느 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자 온 마음을 기울이게 했다. 오후 불식을 포함한 여덟 가지의 계와 묵언의 수행자 규칙, 그리고 하루 20시간에 달하는 수행프로그램에 대하여 바른 참음과 노력으로써 정진했다.

근본불교 예불의식의 ‘삼보예배’에는 부처님의 담마(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이 가르침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으며, 때를 거르지 않고 나타나며, 와서 조사해 보라고 초청할 수 있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스스로 알 수 있는 진리다.’ 가장 분명하고 이로운 가르침을 받기 위하여, 처음 부처님 앞에 어색하게 몸을 굽히고 삼배를 올리게 된, 붓다의 담마를 붓다가 가르치신 수행으로써 처음 체험하게 된 수행자에게도 단 일주일의 바른 노력, 그리고 의심과 게으름 없는 마음으로써 행해진 수행의 결과로써 참으로 부처님의 법은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수행처 계단을 한 걸음씩 걸어 내려올 때, 공양물을 입에 넣고 씹고 삼킬 때나, 이른 새벽 세숫물을 손에 그러모아 가만히 올려들 때, 혹은 잠자리에 들고자 허리를 굽어 앉을 때에도, 때를 거르지 않고 얻어지는 앎이 있었으며, 홀로 밤을 지새웠던 정진 수행의 과정에서 체험한 분명한 현상은 이른 새벽 스승님 처소를 찾아가서 어찌된 일입니까 하고 상기되어 여쭈어야 할 정도로 분명하게 확인 받을 수 있는 결과였다.

집중수행을 해제하고 회향하는 자리에서 스승이신 붓다락키타 스님께서 ‘번뇌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좋아들 말라.’고 하신말씀의 참 뜻은 이해하지 못한 채 한동안은 수행자의 삶을 살게 된 기쁨과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모든 상황들로부터 얻어지는 환희심으로써, 살아있는 것이, 숨 쉬는 것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수 있는 것이, 눈으로 귀로 무언가를 보고 듣는 것이 모두 행복의 대상이 되어 돌아왔다.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는 깊은 신중함과 자애의 마음으로써 대할 수 있었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급하거나 두려운 마음이 일어나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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