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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아찬 차 스님(상)

기자명 법보신문

부친죽음에 ‘무상’절감
정글속서 ‘전설적’ 정진

20세기 초 중반에 태국의 선지식 아찬 문 스님에 의해 부활된 숲 속 수행 및 두타행의 전통은 몇 몇 출중한 제자들에 의해 이어졌다. 그 가운데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분이 바로 아찬 차(1918~1992) 스님이다.

아찬 차 스님은 1918년 1월 17일에 우본 라차타니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관행에 의해서 어릴 때 사미생활을 경험한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출가생활에 대한 매력을 느낀 청년은 20세가 되던 1939년에 다시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다. 법명은 보딘야나(Bodhinyana)이다. 비구가 된지 몇 년동안 팔리어와 교학을 공부하였으나, 비구가 된지 5년이 지난 해 아버지와의 사별을 계기로 수행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고 두타행을 시작하게 된다.

<사진설명>아찬 차 스님과 제자들.




두타행 전통수행 고수

이 때 지도받은 스승 가운데 아찬 문 스님이 있었다. 함께 지낸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아찬 문 스님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아찬 문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은 후 태국 전역을 다니면서 숲 속에서 수행을 하게 된다. 태국의 숲은 정글지대로 독사나 맹수들이 오고가는 위험한 곳이기도 하지만 수행자에게는 가장 좋은 수행환경을 제공해 주는 곳이기도 했다. 열심히 정진하던 아찬 차 스님은 자연스런 호흡을 통해서 마음 집중을 이룰 수 있었고, 네 가지 고귀한 진리에 대한 바른 이해(正見)를 바탕으로 수행을 해 나갔다.

스님은 그러한 수행을 통해서 세 차례의 깨달음을 체험하게 된다. 아찬 차 대선사의 수행법문집인 『위파사나,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김열권/ 김해양 옮김, 2004년, 천안 호두마을)에 이러한 깨달음의 체험에 이르는 과정과 상태가 묘사되어 있다. 불퇴전의 정진력과 강한 마음챙김 그리고 견고한 마음집중(삼매)의 힘에 의해서 위파사나의 지혜가 생겨나면서 깨달음의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사진설명>아찬 차 스님은 아버지의 죽음을 보며 '무상'을 느낀 후 수행에만 매진했다.

그 후 1954년에 고향마을 사람들의 요청으로 우본 라차타니의 넓은 숲 속(약 140 에이커, 1에이커는 1224평)에 사원을 건립하여 정착하면서 자비로운 교화력으로 많은 후학을 지도하게 된다. 1966년에는 아찬 차 스님의 최초의 서양인 제자인 아메리카 출신의 아찬 수메도(Ajahn Sumedho, 1934~)가 입문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찾아오는 외국인 제자를 위해서 1975년에 국제선원인 왓 파 나나차(Wat Pah Nanacha ; International Forest Monastery)를 건립한다. 아찬 수메도는 현재, 영국을 중심으로 구미에서 활동하고 있다. 1984년에 영국 런던의 교외에 아마라바띠 사원(Amaravati Buddhist Monastery)을 설립하여 서양인을 중심으로 상좌부 상가를 구성하여 아찬 차 스님의 가풍을 바탕으로 하여 전통적인 상좌부 불교를 가르치고 있다.

필자는 1995년 12월에 아찬 차의 고향이며 주요 활동 지역이었던 동북 지역의 중심 도시인 우본 라차타니를 방문하여 태국의 수행체계를 조사하였다. 당시 방문한 수행 도량은 세 곳이었는데 모두 아찬 차 스님과 관계가 깊은 곳이었다.

서구 50여개국에 분원

1954년 아찬 차 스님이 설립한 왓 농 파 퐁(Wat Nong Pah Pong)과 1975년 외국인 제자를 위해 설립한 왓 파 나나차 그리고 라오스 국경에서 가까운 왓 파 와나 포티얀(Wat Pah Wana Potiyan)이다. 이곳은 왓 농 파 퐁의 분원 가운데 하나로 우본市에서 동쪽으로 70㎞ 떨어져 있고 라오스 국경에서 5㎞ 떨어진 호숫가에 위치한 사원으로 크기가 1,000에이커이며, 아찬 차께서 생전에 자주 머물렀던 쿠티(작은 오두막)가 있다.

이 세 곳은 절이라고 하지만 그대로 자연의 숲 속에 스님들이 군데군데 작은 오두막을 지어 놓고 자연 속에서 수행 하는 곳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필자가 왓 파 나나차에서 하룻밤을 지낸 쿠티도 법당이나 다른 쿠티와는 백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원두막과 같은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는 오직 자신을 살피는 일 말고는 달리 해야 할 일도 할 필요도 없었다. 어떤 스님들은 원두막과 같은 쿠티에서 생활하지 않고, 숲 속에서 비와 모기만 피할 수 있는 천막과 같은 곳에서 지내면서 숲 속 수행의 전통 그대로 수행하고 있었다.

태국의 다른 수행 도량과 같이, 이곳 왓 파 나나차에서도 정해진 수행 기간이나 수행 시간이 따로 없으며, 따라서 수행만을 위한 전문 수행 센터라기보다는 승원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승려 생활을 익히면서 수행을 하는 수행 도량이다. 수행은 개인의 문제로 자유로이 수행의 방법이나 수행 시간을 자신이 정해서 수행한다. 1995년 당시의 원장은 캐나다 출신의 아찬 파산노(Ajahn Pasanno, 1950∼ )였다. 수행법은 아찬 차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하여, 『중간길이 가르침』(맛지마 니까야)의 『입출식염경(入出息念經)』에 설해져 있는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入出息念)이 주로 행해진다고 한다.

수행을 위한 기초적인 경전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는 않지만 초심자를 위해서는 원장 스님이 직접 수행법을 가르쳐 준다. 원장 스님은 필자에게 아찬 마하 부와의 법문집 몇 권을 주면서 읽어보라고 권하면서 이 곳에 있는 승려들도 요즈음은 아찬 마하 부와의 법문집을 읽으면서 수행을 한다고 한다.

삶 자체가 고결한 설법

보통은 하루 8시간의 수행을 하며, 좌선이 4시간 行禪(걷는 수행)이 4시간 정도이다. 수행자들을 위한 원장 스님의 법문은 따로 없으며, 때때로 승려들만이 원장 스님의 방에 모여서 법담을 나눈다. 의사소통을 위한 주요 언어는 영어이지만, 원장 스님을 비롯한 다른 외국 스님들은 대부분 태국어를 잘 구사한다. 신자들을 위해서는 매일 아침 8시 하루 한 때의 아침 공양 시간(두타행을 실천하는 대부분의 사원에서는 하루 한 번의 식사를 한다)에 태국어로 1시간 정도의 법문이 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하루의 일과 속에서 자신에게 몰두하는 수행과 외부 신자들과의 법을 매개로 한 만남 속에서 자리와 이타의 길을 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데, 태국 불교 특히 숲속 수행의 전통을 잇고 있는 아찬 차 스님의 가르침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김재성 경전연구소장 metta4u@emap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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