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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짓는 법』(토방)

기자명 채한기

화두는 불덩이니
사랑분별 닿으면 녹아

몽중일여 단계 아니면 입도 열지 말라

간절하게 끊임없이 참구하면 한 소식


화두는 어떻게 지어 가는가. 목숨 걸고 화두를 들면 분명 소식이 있을 것이라 하지만 이 또한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다. 초심자들로서는 선지식들의 가르침에 따라 드는 수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화두 짓는 법』은 나옹, 허운, 성철, 만공, 한암, 서암 스님 등 한구고가 중국 대표 선승 14명이 설한 ‘화두 짓는 법’을 담고 있다.

성철 스님은 화두를 지어가는데 있어서 꿈에서도 화두가 성성하는 ‘몽중일여’ 단계에도 미치지 못한 사람은 아예 입도 열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나아가 깊은 잠에 들어서도 여여한 ‘숙면일여’가 되어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더욱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란 뜻이다.

청담 스님은 ‘참선의 열세고개’를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송화두’와 ‘염화두’를 거쳐 ‘주작화두’, ‘진의돈발’, ‘좌선일여’, ‘몽각일여’, ‘오매일여’를 지나 생로병사에도 자유자재하면 ‘생사일여’ 단계다. 아주 큰 고개를 넘은 상태다. 그러나 청담 스님의 고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생에 부모님 만났을 때 문득 망상을 일으키면 ‘생사일여’가 사라지니 이 때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바로 ‘입태일여’(入胎一如)다. 어머니 뱃속에 있는 열 달 동안에도 일여해야 하니 이것이 곧 ‘주태일여’(住胎一如)이고, 태어날 때도 일여해야 하니 ‘출태일여’(出胎一如)다. 마지막 단계는 ‘영겁일여’(永劫一如). 청담 스님은 영겁에 일여해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성불한다고 한다.

청담 스님은 “열세 가지 단계를 밟아서 성불하는 것은 가장 참선하기 어려운 사람의 근기가 하는 공부법”이라며 “만약 정말로 억세고 성미 급한 사람이 있다면 7일 만에도 화두를 타파하고 당장에 ‘영겁일여’가 되는 수도 있다”고 하니 하기도 전에 겁먹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만공 스님의 삼도(三道) 즉 도량(道場), 도사(道師), 도반(道伴)에 중요성에 관한 한마디는 심금을 울린다. “짚신 한 켤레를 삼는데도 선생이 있고 이름 있는 버섯 한 송이도 나는 땅이 있는데, 총섭(總攝)의 도를 알려는 사람이 도인의 가르침 없이 어찌 도인이 될 수 있으며, 천하정기를 다 모아 차지한 도인이 나는 땅이 어찌 특별히 있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도반의 감화력은 선생의 가르침 보다 강한 것이다.”

‘화두’를 ‘불덩이’에 비유한 서암 스님의 가르침은 화두란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화두란 무엇인지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서암 스님은 “불덩어리에는 파리든 모기든 달려들면 다 타 죽는다”며 “마찬가지로 화두가 성성하면 불덩어리처럼 모든 것을 녹이고 용납하지 않아 사량분별이 닿으면 녹아버리고, 망상이 다 사라진다”고 확언하고 있다.
선사들의 공통된 한마디는 ‘화두는 간절하게 들어 끊임없이 참구하라’는 것이다. 곁에 이 책을 두고 살피면 점검해 가는데도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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