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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파사나수행 최광용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만원 지하철서도 몸-마음 관찰
수행은 고요한 행복으로의 초대

바른 수행의 길을 걷는 수행자에게 탐욕의 마음과 성냄의 마음, 그리고 어리석음의 마음은 깊이 뿌리내릴 자리가 없다. 그렇게 번뇌와 멀어진 마음은 지혜로써 밝아지며 자애의 마음으로써 부드러워진다. 그러한 고요한 행복은 참으로 의지할 만 하다.

오래전 한 스님께서 ‘현생에서도 삼악도를 보게 된다.’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수행의 길을 걷는 지금에서야 이제 세상이 말하는 즐거움이라는 것은, 삶이라는 과정은 의지할 만한 행복이 그 어디에도 없음을 보게 된다.

얼마 전 선원에서 돌아오는 길의 지하철 안은 노조 파업의 결과로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사람들의 뜨겁고 끈적이는 몸과 몸이 짓이겨 진 듯 맞닿아 있으며, 그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가장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입으로는 험한 말들을 내 뱉으며 서로의 몸을 거칠게 밀쳐냈다. 적의와 불만족으로 가득 찬 그 철제 상자는 참으로 그 깊은 터널을 지나듯이 지옥으로만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수행은 그러한 어지러움 속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도록 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앎으로부터 좀처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뜨거운 몸이 진득하게 부벼질 때, 그러한 몸을 관찰했다. 혹은 그러한 몸의 감각을 싫어하는 느낌이 일어나고 사라짐을 보게 된다. 배의 호흡이 거칠고 단단함을 관찰했다.

누군가의 몸의 그 배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관심 갖지 않는다. 나의 몸이 원인이 되어 불편을 겪은 누군가가 뱉어내는 거친 말을 듣는다. 그리고는 그저 그 원인이 되는 나의 몸을 힘겹게 돌려놓고는 그 사람의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기원했다.

또다시 이리 저리 휩쓸려 젊은 여자의 몸이 살에 닿은 것을 아는 마음을 관찰했다. 더욱 뜨거워지는 몸과 바빠지는 가슴의 움직임을 보였다. 빼곡히 둘러싸인 뜨거움 속에서 젊은 여자의 몸을 가려내는 탐욕과 어리석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눈을 감고 떠야 할 때는 그것 외의 다른 것은 알지 못한다.

이렇게 수행은 어느새 나를 홀로 머무르며 어떠한 즐거움이나 불만족에도 휩쓸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어떠한 불안정한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자하는 수행은 그러한 고요한 행복이 참으로 의지할 만한 행복임을 알게 했다. 지옥과도 같이, 어느 한 틈 움직일 곳 없이 번뇌로 들어찬 곳에 갇혀있다 하더라도, 수행하는 마음은 수행자를 홀로 있을 수 있도록 인도한다. 편안한 자유를 갖게 하는 것이다.

홀로 수행하는 생활이 좋아 찾은 서울 삼청동의 소담한 마을에도 여름은 깊다. 혼자만의 생활이 분주함으로부터는 멀되 아무래도 게으름과는 가깝다. 그런 이유로 예불과 수행을 위해 새벽 3시경 시작되는 이른 하루는 늘 몇 집 건너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절집인 ‘칠보사’의 꿈결처럼 잔잔한 목탁소리와 함께한다.

모든 이들의 마음을 통해 얻고자 그렇게도 눈물겹게 노력했던 삶의 충만함은, 이렇듯 홀로 내 안에 고요히 머무를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임을. 단 하나의 대상에서 얻을 수 있는 충만한 앎이 모든 공허함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지혜와 연결되는 것임을. 아직 미명의 한때, 이 방처럼 작고 정갈하게 모셔놓은 불단 앞에 반듯이 앉아 사유해 본다.

부처님의 바른 법을 구하는 모든 이들이 그 선한 공덕으로써 몸과 마음 평온해 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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