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고야산진언종 공고부사(金剛峯寺)

기자명 심정섭
  • 교계
  • 입력 2004.08.17 13:00
  • 댓글 0

즉신성불 목적
지극한 진언 열기

입당구법 한 홍법대사가 816년 창건
정통 밀교종단 성립…진언수행 전파
말사 4000개-신도 600만 최대 종파


<사진설명>고야산진언종 금강봉사는 일본 진언수행의 본산지다. 사진은 금강봉사의 대소집회가 열리는 본당이다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30여분 달려 와카야마현 북동부로 향하면 열도의 불교세를 체감할 수 있는 고야산에 오를 수 있다. 빽빽히 우거진 삼나무 숲길을 거슬러 해발 900미터 지점까지 올라가면 12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고야산진언종 총본산 금강봉사(金剛峯寺)가 길손을 맞는다.

고야산(高野山)은 경관이 뛰어나고 일본 문화를 한 눈에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사찰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200여 개의 진언종 사찰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그 중심에 위치한 가람이 바로 총본산 금강봉사다.

중국 당나라에 유학해 법을 구하고 돌아온 홍법대사 공해 스님(774∼835)이 816년 창건한 금강봉사는 나라시대 때부터 성행했던 일본 내의 잡밀을 밀어내고 전교대사 최징(일본 천태종 개창조)과 더불어 일본불교에 정통밀교의 진수를 펼친 사찰로 평가받아 진언밀교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일본은 외침이 적었던 대신 무신들의 권력 다툼이 내전으로 확대되면서 엉뚱하게 사찰이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금강봉사 역시 816년 홍법대사가 천황으로부터 수선도량으로 하사 받아 창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내전으로 인해 아픔을 겪었고 그 와중에 전각이 소실되기도 했다. 일부 소실된 전각을 1863년에 재건한 금강봉사는 1867년까지 청암사(靑巖寺)로 불렸었다.

해발 900미터의 고야산 정상에 위치한 금강봉사는 총 면적이 30만평에 달하는 대찰이다. 고야산 진언종의 총본산인 금강봉사의 산하사찰, 즉 한국불교의 조계종 개념으로 볼 때 말사가 일본 전역과 해외를 포함해 4000여 곳에 이른다. 또 종단에 소속된 승려는 10000여 명이며, 고야산진언종의 가르침을 따라 신행활동을 이어가는 재가불자가 무려 600만 명(일부에선 1000만 명 주장)에 달하는 등 가히 진언밀교 신앙의 중심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홍법대사의 가르침을 이어 진언수행을 통해 즉신성불을 추구하는 금강봉사는 일본 진언종의 효시이기에 이곳의 수행법과 교단 구성이 열도 전역에 산재한 80여 개의 밀교 교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강봉사는 대일경, 금강정경, 소실지경을 근본경전으로 삼고 있으며 대일여래를 주불로 모시고 있다. 또 신구의 삼밀 수행과 대비의 보살행을 강조한다. 여기서 대일여래를 주불로 모시는 것이 한국의 진각종이나 총지종 등 밀교종단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홍법대사 공해 스님은 인도에서 일어났던 순밀의 정통을 중국 당나라에서 혜과 스님으로부터 전승하여 일본 밀교의 조직을 체계화했다. 금강봉사에 이어지고 있는 밀교관은 ‘법신대일여래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삼밀행을 닦고, 입아아입관(入我我入觀)에 들어가면 삼밀가지의 불가사의력에 의해 부모로부터 받은 육신을 갖고 그대로 즉신성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법대사가 ‘단지 진언법문에서만 즉신성불이 가능함’을 주창하고 전한 것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설명>금강봉사 스님들은 매일 각 전각을 돌며 진언을 염송한다
금강봉사에서 그대로 따르고 있는 홍법대사의 가르침은 현밀차별관(顯密差別觀)이다. 밀교외의 불교는 현략의 가르침, 즉 방편의 가르침이기 때문에 열등하고 밀교는 심비(深秘)의 가르침, 즉 진실의 가르침이기 때문에 우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현실적 목적과 함께 자신이 직접 부처를 체현하는 즉신성불의 사상을 궁극적 목표로 삼게 되는 근간이 된다.
금강봉사는 밀교를 받아들여 마음과 육체, 즉 정신과 물질의 합일을 강조하고 현세에서의 이익을 인정하고 있다. 홍법대사가 ‘우주가 곧 만다라 세계요, 만다라 세계가 곧 생명체’라며 밀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한 생명살리기 운동(이카세이노정신)을 전개했기에 지금도 그 가르침이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홍법대사의 정신과 가르침을 받들어 따르고 있는 고야산 진언종 총본산 금강봉사 인근에는 겨울철에도 얼음을 깨고 계곡에 들어가 진언을 염송하는 수행승과 재가불자들이 적지 않으며, 이들로 인해 산 전체가 수증기로 덮일 정도라는 다소 과장된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 정도로 금강봉사가 진언수행처, 특히 겨울 수행처로 유명한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강봉사에서는 일정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승려가 될 수 있고, 일정 기간 승려교육을 받으면 주지 자격증을 받는다. 대부분 결혼한 출가승이며 주지가 되면 법회의식은 물론 신도들의 장례를 집전할 수 있다. 금강봉사를 총본산으로 한 고야산 진언종 스님이 되기 위해서는 1년 동안 출가, 득도, 수계, 관정, 시험 등의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정식 스님이 되고 나면 수행을 별도로 지속해야 하며, 비구니 스님들도 연간 10여명씩 배출하고 있다.

금강봉사 스님들은 승려 양성기관을 비롯해 의식, 진언독송, 학문연구 등의 프로그램을 따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또 재가불자들도 각종 수련회 및 연수, 교리강좌, 진언염송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즉신성불의 길을 닦고 있다.

금강봉사에는 정식 스님이 40여 명 있으며, 예비 스님과 일반 종무원 등 약 250여 명 정도가 상주하고 있다.

고야산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하고 재미있는 점은 홍법대사의 법구가 안치된 오쿠노잉(금강봉사 산하 사찰)에서 매일 두 차례씩 공양물을 올리고 있는 것. 일본 최대의 납골 시설이 있는 이곳에서 진행되는 공양물 올리는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이 홍법대사가 입적한 것이 아니라 깊은 삼매에 들어 있으며 언젠가 다시 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믿고 있다.

금강봉사의 스님들은 매일 오전 6시 아침예불을 시작으로 근본대탑·오쿠노잉·별전·신서원을 비롯해 수십 개의 전각을 찾아 공양을 올리며 참배객을 대상으로 불공을 집전하고, 오후 6시에 저녁예불을 모시는 게 공식 일정이다. 금강봉사는 도시불교 중심의 일본불교를 구도자 중심의 수행도량으로 바꾸고, 산악불교의 문을 연 수행처로서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제일의 밀교 도량으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금강봉사는 특히 불교를 일본의 원시신앙과 마찬가지로 보고 효험이 특별한 또 른 주술로 받아들였던 열도의 불교관을 타파하고 불교의 신앙과 교리를 체계화한 곳이기도 하다.
한편 이 사찰의 장경고에는 고려판대장경 6285책이 소장되어 있다. 도요토미의 가신인 이시다가 1599년에 입수했다고 하나, 정유재란이 끝나 일본군이 철수 중이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나라에서 약탈해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