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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대승의 법문이 필요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김 형 효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우리는 대승불교를 신봉한다. 대승불교는 개인의 업(業)이 사회적인 공동업(共同業)의 세력을 능가할 수 없으므로 이 공동업을 바꾸지 않고서는 개인적으로 행복해지기가 어렵다는 것을 가르친다고 볼 수 있겠다. 쉽게 말하자면 국가사회가 현실적으로 불행에 휘말리지 않아야 개인의 신해행증(信解行證)의 수행이 더욱 실효성을 거두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운명이 그가 지은 업의 인과응보(因果應報)일진데, 한 사회의 운명도 그 사회가 공동으로 지어온 업의 인과응보라고 읽어야 마땅하리라. 세계적으로 남들이 살고 싶다고 부러워 하는 국가사회는 거기에 살아 온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공동적인 선업을 많이 지어 왔기에 가능하다.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

우리의 대승불교는 한국인들이 구체적으로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많은 선업을 짓도록 인도하는데 남다른 가르침을 베풀어야 하겠다. 한국인들이 내세우는 일반적인 생각이 너무 명분적이며 추상적이고 거창해서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내용이 대단히 공허하고 아득해서 허공에 뜬 구름 잡는 것과 같이 전혀 실질성이 없는 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유식한 이들이 자주 쓰는 〈국민이 원한다〉는 언표가 그런 경우다. 저 말은 유식한 이의 자기 생각이 〈국민의 뜻〉과 같다는 공허하고 황당한 추상적 넋두리를 다시 절대선의 흑백적 논리에 접목시키는 독선을 속으로 감추고 있다고 보인다. 만약에 어떤 이가 ‘민족의 자주적 통일’을 최고의 불교적 화두라고 언명하였다고 가정하자. 누가 저 당연한 추상적 언명에 구태여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저 추상적 명분을 위해 우리가 매일 생활 속에서 어떻게 업을 지어야 할지 구체적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달라이라마의 설법은 매우 구체적인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그 분의 말씀은 대만의 성운(星雲)대사처럼 무명 속에서 헤매는 많은 중생들에게 구체적 사회생활의 법등명(法燈明)이 되어주는 것 같다. 우리 한국에서도 혜거(慧炬)스님의 법문이 우리의 공동업을 바꾸게끔 한다.

예컨대 달라이라마는 자비를 주위의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남들의 신심(身心)을 괴롭히지 않으려는 배려라고 말씀하였다. 우리 한국인들이 현재 서로 친절하게 타인을 대해주고 나와 직간접적으로 만나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신심을 괴롭히지 않으려는 마음의 배려를 얼마만큼 갖고 있는지? 식당에서나 공공장소에서 그리고 아파트에서 시끄러운 소음의 공해를 일으켜도 죄송하다는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정이 넘치듯이 많으나 구체적으로 서로 아끼고 귀중하게 여기는 방법을 모른다. 종교를 믿는 신앙인들이 한국인구의 반이 된다면, 적어도 그 반만이라도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거창하고 공소한 추상적 주장이 아니라 자신의 구체적 결점을 깨닫게끔 자각케 하는 수행자의 법문이다. 한국인이 상호간에 공동적으로 지어온 역사적 사회적 결점들을 구체적으로 깨닫도록 수행과 학덕이 높은 고승들의 가르침이 더 없이 필요한 그런 시절에 지금 우리가 놓여 있다.
우리의 지나간 역사에서 왜 공동적 불행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겪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공동업의 업장을 누적적으로 쌓게 되었는지? 또 그것을 해소시키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우리가 함께 참회하고 새로운 공동업을 지어야 하는지? 이런 점들을 대승적인 한국불교가 설법해야 하리라. 좋은 공동업을 짓지 않고서 좋은 나라를 결코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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