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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 이완희 씨 [상 ]

기자명 법보신문

어머니 영향으로 관음염불 시작

부친상 이후 장례지도사 길 선택

“엄마 이제 집에 가자.”

7살 꼬마 아이는 절에 가는 길이 멀고 험하기만 했다. 아이의 손목을 낚아챈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끌고 그 고갯길을 넘었다. 어머니는 절에서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절을 했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관세음보살을 염했다.

지금은 나의 일상이 된 염불과 절.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른 채 어머니 손에 이끌려 도선사에 발을 디딘 게 불교와의 첫 인연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내가 죽은 이들을 염해주는 독특한 직업을 갖게된 원인이 됐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러하겠지만 고단한 어머니 삶에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은 구원의 빛이었다. 이렇게 평생을 불심으로 살아오신 어머니 덕에 나는 자연스레 불자가 되었고 보림청년회 활동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불교를 알기에 이르렀다. 그 시절 불교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고 싶어도 기초교리에만 머물러 갈증만 느끼고 있었는데 수많은 경전을 줄줄 외는 성상현 법사님으로부터 불교철학을 배우게 되었고 그로 인해 세상과 나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동안 ‘나’라는 생각에 빠져 ‘타인’이라는 상대를 세우고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던가. 나는 경전의 단 한 문구에서 느껴지는 희열감으로 들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 머리만 가지고 하는 불교공부는 한계가 있었다.

어머니가 떠올랐다. 책상에 앉아 책을 보지는 못했지만 하루 종일 염불을 했고 절을 당신의 집인냥 자주 찾으시던 어머니. 나는 어머니처럼 불교와 삶을 일치시키지 못했다. 집에서의 나, 절에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 내가 진리라고 생각했던 불교는 아직 나의 삶을 꿰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그러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대자유를 열망하던 나에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이론을 통해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 같다는 것을 익히 들어왔음에도 아버지의 죽음은 생소하기만 했고 나에게는 일어나서는 안될 부조리한 일이었다. 세상엔 삶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때 처음으로 뼈져리게 느꼈다.

어머니는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일까? 그 때도 어머니는 차분한 음성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셨고 반평생을 함께한 사람을 보내는 분답지 않게 참으로 의연했다.

그 때 아버지 장례를 진행하던 도반의 정성어린 염불은 나의 불성을 깨우는 경종과도 같았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고 그때부터 틈만 나면 절로 향했다. 내 어머니가 다리를 절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간절히 부르셨듯이 나 또한 나무아미타불을 염하고 또 염하였다.
순간순간 왜이리 번뇌는 생기는지 그러면 그럴수록 내 자신을 더욱 다그쳤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삶과 죽음이 하나로 일치되었다. 종교는 관념이 아니라 삶이어야한다.

또 죽음은 삶 속에서 공존한다. 인간은 탄생을 통해서 또 죽음을 통해서 또 다른 인간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우리는 삶은 양지로 죽음은 음지로 생각한다. 삶은 찬미하지만 죽음은 두려운 것, 피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서 탄생이 축복 받는 과정이라면 죽음 역시 다음 생을 시작하는 숭고한 과정이어야 한다. 나는 모든 태어남과 죽음을 찬탄하는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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