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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와 법장비구의 관계는?

기자명 법보신문

법을 자각한 동일한 분

Q. 법장비구가 마흔 여덟 가지의 큰 원(願)을 세우시고, 마침내 성취하여 아미타불이 되셨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렇다면 석가모니불이 되신 싯다르타와 법장비구는 어떤 관계입니까?

A. 먼저 『무량수경(無量壽經)』을 근거로 해서 법장비구의 프로필을 간단히 살펴봅시다.

그는 한 나라의 왕(王) 자리에 있던 분으로, 온 백성의 생사여탈권을 쥔 최고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생사(生死)가 너무나 뚜렷합니다.

“언젠가는 권력도 없어질 것이고, 나이를 먹다보면 몸은 병들고 늙어갈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죽어갈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은가?”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왕위에 대한 미련을 버리십니다. 그리하여 절절한 발원을 하면서 치열한 구도의 길로 들어섭니다.

이만하면 역사적인 한 인물이 떠오를 것입니다. 바로 석가모니부처님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왕자로 계셨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출중한 능력으로 돈과 권력을 한껏 누릴 미래가 약속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생명까지 보장되지 않기에 출가를 결행하신 사실까지 말입니다. 이렇게 법장비구의 구도는 석가모니부처님의 그것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만도 없습니다. 왜 법장(法藏)이라고 부르면서 싯다르타라고는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남기에 말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별스러운 게 아닙니다. 싯다르타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아버지였습니다. 아버님이신 슛도다나왕은 아들이 태어나자, 아들에 대한 자신의 기대를 담아 붙였습니다. 어느 부모라도 그런 심정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식이 태어나면 곱고 아름다운 뜻을 담아 이름을 짓습니다. 그래서 각자의 이름만을 놓고 보자면, 남자치고 영웅호걸 아닌 사람이 없고 여자치고 요조숙녀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 다 좋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어르신들의 온갖 염원이 담겨 있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면 법장(法藏)이란 무엇을 뜻할까? 법(法)은 우리의 무한생명력 자체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장(藏)은 말 그대로 곳간을 뜻합니다. 즉 생명력이 무한히 펼쳐질 가능성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사실 스스로를 상대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사는 한, 언젠가는 자기 능력이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권불십년이라고, 위세가 하늘을 찌를듯하던 사람이 갑자기 감방에 들어갑니다. 돈 많다고 자랑하던 사람이 어느 날 빚쟁이에게 쫓기기도 합니다. 현상계의 어느 것도 항상 하질 못하니, 끝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사형수처럼 살다가 죽음을 맞을 수는 없다”고 자각을 하게 됩니다.

싯다르타의 관심은 이처럼 상대적인 곳간을 채우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가득 채워도 언젠가는 허물어지리라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했습니다. 그래서 훗날 출가한 이후에는 싯다르타라는 이름을 쓰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현상적인 상태를 기준으로 해서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치 않다는 데에 말미암습니다. 다만 석가족 집안에서 태어나셨고, 그 후 성자로 추앙 받으신 부처님이기에 석가모니불이라고 부를 뿐입니다.

문사수법회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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