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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 이완희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모든 영가들은 내 삶의 스승
가난하고 외로운 죽음에 애착

애끓는 절규와 통곡소리가 그치치 않는 장례식장. 그러나 내 앞엔 조문객 하나 없이 돌아가신 노인이 있다. 이 분도 분명 누군가의 아들로 태어나 친지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고 부인과 자식들이 있었을 텐데 무슨 사연으로 이렇게 홀로 외로운 길을 가고 있는지….

멀고 외로운 길 가는데 내 염불과 부처님 말씀이 벗이 되어 주기를 다음엔 더 좋은 곳에서 태어 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아미타불을 부른다.

나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죽은 이의 몸을 씻기고 이승에서의 마지막 옷인 수의를 단정히 입혀 극락왕생하길 기원한다. 한 달에도 예닐곱 차례씩 시체를 직접 만지는 이 일을 선택한 것은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종교란 내 일신의 평안만을 위해 있는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도반들이 치러준 불교식 장례에서 들은 염불소리는 내 영혼을 깨우는 울림과 같았다.

그 때부터 틈만 나면 절로 내달려 몇 천배인지 몇 만 배인지 모를 절을 하면서 염불을 외기 시작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탄생이 죽음이고 죽음이 곧 또 다른 탄생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진정한 삶은 죽음까지도 찬탄할 줄 알아야 하며 종교 역시 죽음이란 다음 생을 시작하는 숭고한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승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불교가 죽은이들에게 위안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불교식 장례를 행하는 곳에서 염습하는 법을 하나하나 익혀 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전통적인 불교 장례법을 연구해 이를 보급해 나가야 겠다는 다짐도 생겼다.

처음에는 시신을 만지는 일이 무서웠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염불을 외면서 이들이 다시 좋은 곳에서 태어나길 정성을 다해 기원했다. 그것이 또 나의 공덕을 쌓는 일 아니겠는가 하면서 스스로를 달래기도 했다.

나는 불교식 장례토탈서비스 업체인 보림회를 만들어 내가 익힌 불교염습과 전통적인 불교장례법을 연구해 이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애착을 느끼고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데 애를 썼다.

한 평 남짓한 방에서 피를 토하고 세상을 떠난 폐결핵 환자, 교통사고로 죽은 모녀, 썩은 몸냄새로 죽음을 알려야만 했던 외로운 노인….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만 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떠나는 영가들을 위해 정성껏 염습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나무아미타불과 광명진언을 외웠다.

그럴때면 영가들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편안히 떠나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지금껏 나 자신만을 위해 살겠다는 아상에서 타인에게 봉사하며 살겠다는 다짐이 싹트기 시작했다. 아상을 깨트리고 일깨움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영가들이다. 그 중에서도 세상에 가진 것 없이 혼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 죽음조차도 외면 당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나의 삶에 일깨움을 주는 스승과 같은 존재다. 나는 오늘도 나의 스승이신 세상의 모든 영가를 위해 염불을 왼다. 나의 염불수행은 오늘부터 또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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