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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불수행 김오복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사불수행은 내 마음 비추는 거울

늘 웃는 부처님 그리려 마음수행


“보살님, 부처님이 절에만 계신답디까? 보살님 집에 부처님이 넷이나 있고 보살님 안에도 부처님이 또 한 분 있는데 날마다 이렇게 절에만 오면 집에 있는 산 부처들은 어찌 합니까?”

절에 와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 짓는 게 일상이었던 내게 이 한마디가 나를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했다.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시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갑자기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집안의 적막함과 누추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나는 부처님을 마음의 도피처로 여기고 날마다 절에 가서 공양간 설거지를 돕고 법당 청소며 화장실 청소, 도량 청소를 하면서 독경 소리를 들었다. 우울증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지만 날마다 절로 출퇴근 하다시피 해 집안꼴은 말이 아니었다. 부처님은 핑계였고 그 당시 나를 괴롭히던 것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던 것이다.

산 부처부터 챙기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 때부터 절에 가는 횟수를 점차 줄여 나갔다. 그렇다고 마음속에서 부처님을 지운 것은 아니었다. 내가 처한 상황에 당당히 맞서면서 부처님을 마음 속에 담기 시작했다.

절에 가지 않아도 마음 속에 담아 둔 부처님의 형상이 늘 머리 속을 맴돌았다. 부처님의 눈, 귀, 입, 어깨, 손, 옷….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부처님의 형상을 붓으로 그려 내고 있었다. 젊었을 적에 수묵화를 했던 적이 있어서 아끼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 때부터 절에 가서 부처님의 뵐 때마다 부처님께 당신을 그리게 해 달라 원력을 모았다. ‘부처님 당신을 제 손으로 그려내고 싶습니다. 관세음보살님 당신의 그 평온하고 포근한 모습을 제 손으로 그려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마음 속에 부처님과 여러 보살님들 그려보기를 몇 개월. 불교대학 사불반에 들어 붓을 잡았다. ‘왕년’ 운운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하는 이 없다더니 젊었을 적 그림을 그려 봤다는 생각에 부처님 그리는 것도 인물 스케치 하듯 뚝딱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얼굴선이며 눈매며 입술이며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수차례 그렸지만 그리면 그릴수록 초조해 지는 나의 모습만 나타났다.

마음만 앞섰지 젊은 사람보다 손놀림도 느리고 서툴러 마음에 번뇌만 쌓여갔다. 부처님의 평온한 모습을 닮고자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번뇌라니…. 나는 오직 수행하겠다는 일념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쌓아 올라가기로 했다. 먼저 관법을 하고 한 선 한 선 호흡에 맞춰 그리다 보면 부처님이 탄생한다. 미우면 미운대로 고우면 고운대로 내 마음이 밉고 내 마음이 고와서 그런 것이리라 마음을 차분히 다잡았다.

부처님 명호를 부르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몇 장이고 그려나갔다. 언짢으나 즐거우나 사불 수행을 계속해 나가다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는 사람이 화를 내면 부처님도 잔뜩 화를 내고 있고 그리는 사람이 기분 좋은 마음으로 그리면 그림 속 부처님도 즐겁고 인자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늘 웃는 부처님을 그리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먼저 즐거워야 했다. 사불을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 여기고 나를 닦아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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