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觀』(불일출판사)

기자명 법보신문

소설보다 재미있는 수행이야기


삶의 통찰 번뜩이는 입문서

단문-명쾌한 그림도 일품


한 편의 시가 주는 감동이 때로 한 권의 소설보다 진할 때가 있다. 이는 수행서에서도 마찬가지다. 두툼하고 어려운 수행서보다도 얇지만 오히려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책이 종종 있다. 불일출판사의 『관』이 바로 그러한 경우다.

‘명상을 통해 얻어지는 자유’란 부재가 붙은 이 책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스틸포인트연구소에서 명상지도자로 활동하는 수자타 씨 저술로 86년 우리나라에 처음 번역돼 소개됐다. 이후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면서 지금까지 24쇄 째 발행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이 책은 지금이야 익숙하지만 초판 당시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수식관과 위파사나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수행입문서다. 그렇다고 무작정 방법만 소개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불교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 불교란 무엇이고 왜 수행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할까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을 그려낼 수 있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핵심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수자타 씨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자기 마음에 대한 관찰이다. 현대인이 늘 좇기고 여유가 없고 불안하고 뭔가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끊임없이 바깥으로 치닫는 마음에 기인한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수행이란 내 안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이고, 바람직한 삶이란 마음의 평화에 도움이 될 일들은 하고 그렇지 않은 일들은 하지 않는 것이 수행자의 삶이라는 것이다. 그는 본격적인 내관 수행법 즉 위파사나에 앞서 자비관을 먼저 행할 것을 권유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매일 증오와 분노에서 오는 위험’, ‘자비심에서 오는 좋은 점’, ‘나의 좋은 점’ 등을 매일 10분씩 명상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자비는 모든 행복의 씨앗으로 자기 자신을 진정 사랑할 때 남도 사랑할 수 있는 까닭이다.

수자타 씨는 이어 내관수행법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조용한 곳에서 편안한 자세로 앉아 배가 나오고 들어감을 관찰하는 법과 걸을 때 발걸음에 집중함으로서 정신을 계발하고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처음에는 어려울 지라도 반복하다보면 이를 통해 고통과 번뇌가 씻겨나가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알게 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명상하는 동안 마음 속 고민들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참으로 넉넉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천가지 떠오르는 망상대로 할동할 필요가 없고 다만 주의 깊게 관찰만 하고 있으면 망상으로 스러져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일상 속 수행을 쉽게 소개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 자신의 깊은 수행에서 오는 삶의 통찰이 번득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외아들을 잃은 한 여인이 부처님을 만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일, 어린 난다의 헛된 욕망 등 경전의 얘기들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도록 하는 요소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에는 그림책이라고 할 정도로 그림이 참 많다. 한 때 유행했던 ‘졸라맨’의 원조격에 해당하는 쥬리오 린치의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그림은 내용의 이해를 돕는 탁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불교라는 색채를 표방하지 않으면서도 불교의 교리와 수행방법을 탁월하게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불교에 무관심한 가족이나 이웃에게 권해도 좋은 책일 듯싶다.
이재형 기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