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춘 선생이 들려주는 ‘차 맛있게 우려내기 ABC’
A 찻물 준비하기
『동다송』에 ‘차는 물의 정신이요, 물은 차의 몸이니, 진수가 아니면 그 정신이 드러나지 않으며, 정갈한 차가 아니면 그 몸을 엿볼 수 없다(茶者水之神 水者茶之體 非眞水莫顯其神 非精茶莫窺其體)’ 라는 말이 있듯 차를 마심에 있어 물은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차를 우릴 때 가장 좋은 찻물은 산에서 천천히 흘러 내려오는 샘물이다. 칼슘과 마그네슘이 적게 함량된 것이 좋다. 그러나 도심에서는 이러한 물을 구하기 쉽지 않으므로 수돗물을 받아 하루정도 놓아둔 다음 끓여 사용하거나 생수를 이용한다. 수돗물의 경우 일단 물이 끊기 시작한 뒤 1∼3분 정도 더 끓여 염소를 휘발시킨 뒤 찻물로 이용한다.
그러나 상품(上品)의 차를 마실 때는 차의 수준에 맞는 물이 준비돼야 그 차의 깊은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B 차 그릇 준비하기
차 마실 때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알맞은 다기를 준비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일. 차 그릇에 따라서 차의 색, 향, 맛 등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녹차는 비발효차기 때문에 차엽 성분이 그대로 유지되는 성질이 강하다.
그래서 보온력이 강한 다구를 사용한다. 찻잔의 두께가 얇고 유약이 고르고 얇게 발라진 것, 높은 온도(1250℃∼1300℃)에서 구워진 것이 적당하다. 찻잔이 차 맛의 맛과 기운을 뺏는 것은 좋지 않다. 저온에 구운 것, 유약이 두껍게 발라진 것, 잔의 색깔이 짙은 것은 피해야 한다.
C 투다(投茶)하기
차와 물을 차그릇에 넣는 것을 ‘투다’라고 한다. 순서에 따라서 상투(上投), 중투(中投), 하투(下投)로 구분한다. 하투는 추운 겨울에 하는 투다법으로 차를 먼저 넣고 물을 붓는 것이고 봄과 가을에는 물을 반쯤 넣고 차를 넣은 다음 다시 물을 넣는 중투법으로 투다한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투다방법이 다른 까닭은 외부온도에 따라 차의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날씨가 더울 때는 상투법(물을 넣고 차를 그 위에 넣는 방법)으로 투다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대에는 하투법으로 투다하는 것이 보통이다
D 차 우리기·맛보기
차의 양과 추출시간에 따라 차의 수색, 농도가 달라지므로 맛이 달라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관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인을 기준으로 50cc의 물에 차 2g(차 스푼으로 1/2)을 다관에 넣는다. 우려내는 시간은 1분에서 2분 정도. 떫은 맛이 강하면 추출시간이 길었다는 것이고 쓴맛이 강한 경우는 물의 온도가 너무 높았다는 것을 뜻한다.
차를 우린 뒤 예열한 찻잔에 2/3 정도 차를 따른다. 천천히 한 모금씩 음미하며 마신다. 마실 때는 숨을 코와 입으로 동시에 들이쉬고 입을 다문 상태로 내뱉으면 차의 깊은 맛을 혀로 느낄 수 있다. 좋은 차의 경우 한 모금의 차에서 쓴맛·단맛·신맛·매운맛·짠맛 등 5가지 맛(五味)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박동춘 소장은…
“좋은 차는 우선 보기에 맑고 투명합니다. 잘 덖은 차는 생기(生氣·풋내)가 없고 마셨을 때 정갈하고 시원한 느낌, ‘입에 딱 붙는다’는 느낌이 납니다. 그러면서도 차가 갖고 있는 특유의 상쾌하고 화한 기운이 있습니다. 상품(上品)차는 박하향 같은 경쾌한, 약간 고소하면서도 뒤끝에 상쾌하고 감미로운 맛이 납니다.”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박 소장은 한국 차의 중흥조이자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선사(1786∼1866)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차인. 박 소장이 전수받은 제다법으로 만든 ‘동춘차’는 일반 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이 난다는 평을 얻고 있다. 또 동춘차는 일반 차와는 달리 물의 온도(95℃)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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