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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 ⑫

기자명 법보신문

일상의 아름다운 언어가 곧 진언

언어는 자비의 집이다. 『천수경이야기』에서 이미 이렇게 말한 바 있는데, 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언어 없이 다른 사람들과 사랑을 나눌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 것이 언어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말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 한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언어를 자비 실천의 도구로 쓰지 못하는 모습이 나의 삶 속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대개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었다. 남을 비방하며…. 수많은 구업(口業)을 지으면서 말이다.

천수경은 진언 위한 경전

이러한 현실이 나로 하여금 ‘독송용 『천수경』’을 새로 보게 하였다. 2000년 2월 13일, 인도 성지순례를 마치고 귀국하는 날 새벽의 일이었다. 바로 올바른, 진실한 언어생활을 하자는 것이 ‘독송용 『천수경』’의 주제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배낭에 담아온 인도』(여시아문)에는 빠져 있으나, 원래의 내 일기장에는 그 당시의 사색이 메모되어 있다.

‘독송용 『천수경』’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정구업진언’이라는 소제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종래 나를 포함하여 모든 해설자들은 “구업을 깨끗이 하는 진언”이라는 뜻으로 옮겨왔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다. 또 다른 해석 역시 가능하다. “구업을 깨끗이 하는 진언”이라는 의미는 과거에 이미 지었던 구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게 된다. 구업을 짓고, 참회하고, 또 구업을 짓는 악순환/윤회가 이어질 수 있다. 나는 새롭게 “구업을 깨끗이 하는 것이 곧 진언”이라고 옮기려고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에 우리가 지었던 구업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행하는 언어생활이 곧 진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답고 진실한 언어생활을 행하는 것, 그것이 곧 정구업진언이다.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가 아니라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자, ‘독송용 『천수경』’의 구조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의례를 위하여 필요한 부분들을 우리가 과감하게 괄호 속에 집어넣을 수 있다면, 결국 ‘독송용 『천수경』’은 「정구업진언」→「신묘장구대다라니」→ 「발원」의 세 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독송용 『천수경』’은 철저하게 진언수행을 위한 경전이었다. ‘신묘장구대다라니’는 바로 의미가 통하지 않는, 언어 아닌 언어인 까닭에 일체 구업이 부재(不在)하는 공간이다. 구업이 부재하므로, 역으로 모든 구업을 정화할 수 있다. 그런 뒤에라야 우리는 아름다운 언어를 진언으로 쓸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언어는 ‘여래십대발원문’과 ‘발사홍서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바로 진실한 발원의 말씀일 수밖에 없다.

남 칭찬하고 비방 말아야

지난 5월 한국불교학결집대회에서 발표한 「독송용 천수경에 의한 진언수행론과 그 적용」이라는 나의 논문은 이러한 진언수행론의 제언에 지나지 않는다. 이때, 진언수행론의 적용이라는 말은 진언수행을 현실 속에서 행할 때에 구체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문제를 고려해 본 것이다. 하나는 스스로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을 칭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같은 이야기이지만, 전자에 대한 보다 상세한 이론적 고민은 원효스님의 『보살계본지범요기』에서 볼 수 있으며, 후자에 대해서는 『보현행원품』의 칭찬여래원에서 볼 수 있게 된다. 특히, 후자의 경우 광덕스님은 『보현행원품』 강의를 통하여 정확히 내가 쓰는 의미에서 ‘진언’이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 나는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내가 제언하는 이 ‘진언수행론’은 밀교의 진언수행론과 달리 현교의 진언수행론이며, 순수교종이 없는 우리 불교에서 순수하게 교종적인(선종적이 아닌) 수행법이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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