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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 한글화의 중요성

기자명 법보신문
편집증환자 가운데 종교 편집증 환자 치료가 가장 어렵고 무섭다. 섣불리 치료하다가는 평생 집요하게 소송당하기 쉽고 그 패거리들이 몰려와 항의하므로 곤욕을 치루기 십상이다. 기독교 시장이 망언을 했다고 흥분하고 기독 선수들이 선교한다. 종교 도그마에 빠진 이들은 자신의 편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독선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가 어렵다.

이라크전을 일으킨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정의로움을 내세웠지만, 침공당한 이라크는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결사 항전한다. 정치계의 대립이 그치지 않음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당쟁으로 나라를 잃었어도 그 잘못을 반성함이 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좌우 대립, 진보와 보수, 동서 지역 대립, 모두 자기주장만 옳고 남의 것은 악의 화현쯤으로 치부한다. 그런데 불교 집안도 역시 대승이다 소승이다, 선이다 교다, 돈이다 점이다, 간화선이다 위파사나다 라고들 분별대립하고 있음은 어찌 된 일인가. 부끄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불교의 중도는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되는가. 본래 선·교가 없고 돈·점이 따로 없다. 실천적 측면에서 교는 안내도이고 선은 여행이며 여행의 과정은 점이고 결과는 돈이다. 분별 대립은 중생의 길이요 화합 상생은 보살(수행자)의 길이다.
불보살이 이 몸과 마음을 벗어나 따로 없다. 중생은 욕망의 물결에 순응하고 보살(수행자)은 욕망을 제어하여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다. 모든 분별 대립은 마음을 돌아보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불교가 붓다 이래 2500여년간 발전해 왔다고 보는 시각은 매우 근거가 희박하다. 오히려 초기불교가 붓다의 근본 가르침을 바탕으로 각국의 문화적 특색과 결합하여 변형 전개 된 것으로 봄이 설득력이 있다. 나무로 말하자면 근본에서 여러 가지로 분파되고 수많은 잎과 꽃과 열매를 맺었지만, 꽃과 열매가 더 위대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꽃과 잎은 올해 지고 나면 또 새로이 피지만 근본은 변함없다.

불교사가 원시불교 소승불교 대승불교로 발전을 거듭했다는 시각에는 중대한 잘못이 있다. 원시라고 표현하는 것은 붓다가 깨달으신 내용을 미숙한 이론으로 깔보는 마음이 잠재해 있다. 붓다의 수행법이 초기경전에 명시되어 있건만 후대의 수행법을 더욱 신봉하는 것은 종교 도그마에 다름 아니다.
진리로서 법은 변함이 없다. 시대마다 바뀐 법은 계가 아니고 율의고, 경전이 아니라 경전에 대한 시대적 번역과 해석이 달라졌을 뿐이다. 오히려 발전되었다는 불교사상이 너무 번쇄하여 붓다의 본지를 흐리게 하고 오히려 붓다를 비난하는 결과로 발전하였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법의 바퀴가 돌아도 중심축은 돌지 않는다. 바퀴살과 축은 구별해야 된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서는 회통도 있을 수 없다.
대승의 본래 뜻은 붓다의 근본이념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 20개 부파의 훈고학적 해석들이 마음 정화에 이바지 못하고 현학적으로 흘러 어려워졌기 때문에 대중이 등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대승이 부파불교를 비판하다가 정도가 지나쳐 폄하에 이르고 자기를 뽐내려다 보니 불보살이 신격화되고 만다. 이제 그런 화려한 꽃들과 가지들을 들추고 줄기와 뿌리로 되돌아가야 할 때가 다시 왔다. 원시가 아니라 근본불교의 경전에 입각하여 불교 신행을 점검해야 한다. 그러려면 한문경전보다 초기경전의 한글 번역이 한글세대에 맞는 가장 중요한 불사라고 하겠다.

최훈동
한별정신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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