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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안 발효 이후 북한

기자명 법보신문
고 유 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 부시 대통령이 지난 10월 18일 상·하양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북한인권법은 미국의 법률로 공식 발효됐다. 이로써 미국은 법적 차원에서 북한의 인권개선과 체제전환을 모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됐다. 북한인권법 모태는 지난해 11월 하원에 상정됐던 북한자유법안이다. 이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보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논란이 일자 법안 명칭과 내용을 수정하여 ‘2004 북한인권법안’으로 다시 상정했던 것이다.
자유화법안보다는 더욱 중립적인 인권법안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인권문제와 관계가 적은 일부 조항을 수정했지만 북한주민 인권 신장, 궁핍한 북한 주민 지원, 탈북자 보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북한인권법은 북한 민주화·자유화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인권법의 주요내용은 내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2천400만 달러씩 미국이 국고를 지원해서 북한의 인권개선을 추진하고, 미 국무부 내에 북한인권담당특사를 임명하며, 탈북자의 미국으로의 난민 또는 망명 신청을 간소화하는 것 등이다. 북한에 대한 라디오 방송시간을 하루 12시간으로 늘리고 미국으로의 탈북자 망명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화 바람을 불어넣고 대량 탈북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인권법안 제정 움직임에 대해서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미국이 제기한 ‘고립압살정책의 두 개의 기둥’으로 인식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북한인권법안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미국이 적대정책을 계속 추구한다면 6자회담은 파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월 4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인권법안에 대해서 “사회주의제도의 붕괴를 노리는 미국의 진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내놓은 또 하나의 대조선 적대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북-미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6자회담 재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핵문제로 국제사회와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인권개선과 민주화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가중될 경우 북한의 체제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체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북한에 자유화 바람을 불어넣고 대량 탈북을 유도할 경우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전환하지 않고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동시에 제기하면서 압력을 가하는 것을 정권교체와 체제전환을 노리는 ‘평화적 이행전략’으로 인식하고, “미국과 힘으로 끝까지 대응하기 위한 억제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핵무기개발 강행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이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동시에 제기함으로써 ‘체제전복’에 대한 북한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당분간 북한당국은 체제이완 현상을 우려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면서 미국 대선 등의 추이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북핵위기 속에서 그나마 잘 이어져왔던 남북대화마저 중단됨으로써 우리 정부의 고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월로 예정된 남북간 철도와 도로연결과 관련하여 남북당국간 대화와 접촉이 이뤄지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교착될 수도 있다. 북-미 갈등이 지속될 때 남북대화 창구가 열려있어야 북한을 설득하고 한반도 위기관리를 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북한 역시 남북대화를 유지해야 미국으로부터 압력의 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정체되거나 교착되면 외세가 우리를 만만히 볼 수밖에 없고, 한반도문제는 더욱 국제화될 것이다. 북한은 말만의 ‘민족공조’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남북대화에 나와서 서로 ‘오해’를 풀고 남북당국간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정부는 현 한반도정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북정책과 대미정책 전반에 걸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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