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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마곡사탑의 파격에 담긴 의미

기자명 김형규

티베트 불교 흔적 남은 유일한 고려 탑

상륜부에 풍마동 설치 파격미 돋보여


티베트 불교의 인기가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달라이 라마 불교 강연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연예인들과 지식인들이 앞 다퉈 티베트 불교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에게도 티베트 불교는 결코 낯설지만은 않다. 700년 전 고려는 중원을 통일한 원의 식민 지배를 받았는데 원에서 ‘라마교’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불교가 바로 오늘날의 티베트 불교였다. 그러나 티베트 불교는 고려에서 그리 큰 환영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100년 이상 고려에 영향력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변변한 유물 한 점 남아있지 않은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원에 대한 고려인들의 문화적 자부심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외세에 대한 소리 없는 반발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대단한 민족의식의 발휘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충남 공주시 마곡사의 5층 석탑은 흥미 있는 문화재가 아닐 수 없다. 고려시대 티베트 불교의 흔적이 남아있는 현존하는 유일한(?) 불교문화재이기 때문이다. 일명 ‘다보탑’이라고도 불리는 이 탑은 크기는 8.67m다. 가늘고 긴 비례로 안정감을 상실한 그리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이 탑은 우리나라 석탑 건축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탑의 상륜부에 올려져 있는 ‘풍마동(風磨銅)’이라는 특이한 구조물 때문이다. ‘풍마동’은 둥근 원형태의 탑으로 티베트 불탑을 축소해 놓은 모습이다. 특히 마곡사 탑의 풍마동은 원나라 시대 조성된 중국의 대표적인 티베트 탑인 북경의 묘응사백탑(妙應寺白塔)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원나라의 티베트탑이 고려에 와서는 상륜부를 장식하는 치장물로 변한 것이라는 점이다.

신라탑의 상륜부의 특징은 인도에서 조성된 초기 스투파의 축소형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곡사 5층탑은 정형화된 우리 탑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이며, 티베트 불교를 우리 불교에 접목시키려 했던 당시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마곡사 5층탑의 실험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마곡사 5층탑의 전통을 잇는 석탑이 그 이후로 보이기 않기 때문이다. 탑신의 비례도 불안정한데다, 탑 위에 올려진 풍마동이 탑의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커 몸체와 따로 놀고 있다. 당시 전통 불교와 티베트 불교의 불협화음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티베트 불교 영향을 받은 유일한 불교문화재라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경천사지 10층 석탑도 원나라의 영향을 받아 조성된 유물이다. 그러나 경천사지 석탑은 원나라 장인들을 고려로 데려와 직접 만든 조성한 것이다. 경천사탑은 수입품일 뿐 민족 문화유산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종합예술학교 김봉렬 교수는 마곡사 5층탑을 일러 “이 시대 문화인의 업경대”라는 말을 남겼다. 비록 실패작이지만 수입문화를 우리 것으로 승화하려 했던 당시 문화인들의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세련된 수입 완제품인 경천사지 석탑보다 못난이 인형 같은 마곡사 5층탑에 더 애착이 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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