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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명』 ③

기자명 법보신문

자아의 분별이 가장 큰 마음의 병

어긋남이라던가 순리라던가 하는 대립의 마음, 이는 심병이다.
(違順相爭 是爲心病)
심오한 현지를 알지 못하면, 공연히 염정만에 힘쓸 뿐이다.
(不識玄旨 徒勞念靜)


‘어긋남’ ‘순리’라고 하는 것은 자아의 분별이며 이것이야말로 ‘마음의 병’이다. 선가에서의 ‘심병’은, 대립된 마음을 벗어나려는 것에 의해 그것이 잘못 공허하게 되어 버리는 것으로 즉 ‘공에 집착하는 선병(禪病)’을 말한다. 『이입사행론』에 “지혜로운 자는 (무일물의)물에 맡기지 (조작하는)자신에게 맡기지 않는다. 취사(取捨)도 없고 위순(違順)도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조주록』에는 “공왕(空王)을 위한 제자가 되려 한다면 마음에 병이 들어서는 안된다. 참으로 낫기 어렵다.”고 하였다. 다음, ‘불식현지 도로념정’은 『신심명』 앞머리의 ‘지도무난 유혐간택’만치 잘 인용되고 사용되는 구절이다. 『전심법요』,『임제록』을 비롯하여 『조당집』, 『종경록』에도 보인다. ‘현지’라는 말은 『조론』이후, ‘불교의 깊은 뜻’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선에서는 신회이후 남종선의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念不起)을 좌(坐)라고 하고 견불성을 선으로 한다”고 하여 “무념의 념, 무심의 심, 무상(無相)의 상”을 설하는 선불교의 대의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의미는 『임제록』에 명백하다. ‘현(玄)’은 ‘붉은 빛을 띤 흑색’으로서 ‘천색(天色)’을 의미한다. 노자는 “시공을 초월한 천지만물의 근원인 절대적인 도의 성질”을 ‘현’이라고 하였다. 불교에서는 이를 ‘지(旨)’를 붙여 ‘종지’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따라서 자아의 분별을 여의는 것, 즉 현지를 모르고 간정(看靜)하여 무심하게 될 것을 기다리는 선정주의에 힘쓰는 것은 공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원은 아름다운 완결체 표현

즉 ‘본래청정’의 심성을 자각하는 것, ‘본래의 자기’로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지도’로서 살아가는 선자의 모습을 노래한다.

원만하기가 태허와 같아서 모자람도 남음도 없다.(圓同太虛 無缺無餘)
취사를 하는 까닭에 자연스럽지 않게 되는 것이다.(良由取捨 所以不如)

지도는 완전무결하여 허공, 대공(大空)과 같은 것, 그래서 원으로 표명한 것이다. 원은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완결체다. 그러나 완전무결의 지도이지만 조작, 취사, 분별, 하는 것 때문에 ‘본래자연’이 이지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본래의 자기(지도)로 살아가지 않고 자아의 분별인 간택, 순역, 위순, 등의 ‘분별취사’ 때문에 심병을 앓아, 원만한 진여(있는 그대로)의 자기, 즉 진인(眞人)을 등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심명』은 ‘본원자성천진불(本源自性天眞佛)’임에 흔들림이 없이 명심하여 살아가라고 한다.

공에 집착하는 것도 분별

(현상의)인연에 따르지 말고 공의 깨달음에 머물지도 말라. (莫逐有緣 勿住空忍)
한 모양으로 평탄하게 되면 (대립 차별이)흔적도 없이 자연히 없어진다.(一種平懷 泯絶自盡)

존재·대상을 있다고 설정하거나 또한 자아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을 상견(常見)이라고 하고, 또한 어떠한 것도 없다고 하는 공의 깨달음에 집착함을 단견(斷見)이라고 한다. 따라서 상견에도 단견에도 떨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며 마음이 한 모양으로 평등 일여하게 되면 더 이상 차별과 대립, 취사 범부라는 견해가 자연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일종’은 ‘한 모양’으로서, 모든 것에 대해 여여(如如)해 질 때 객진번뇌가 소멸해 지는 것이 ‘민절자진’이다. 공에 집착하게 되면 공은 유에 대한 것이 되고 또한 이원(二元)의 대립에 떨어져 버린다. 이 둘을 초월한 위치(일종)상에 마음을 편안하게 두면 심병인 일체의 분별, 차별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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