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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당 행원대종사 마지막 가시던 길

기자명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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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12.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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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화로 다시 나소서!”

<사진설명>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속세에 남긴 마지막 흔적마저 제자리로 돌리려는 듯 스님의 법구를 휘감은 불꽃이 장엄히 타올랐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생처럼 평생 해외포교에 매진하며 한 곳에 머물지 않는 개척자의 삶으로 일관하다 지난 11월 30일 오후 5시 서울 화계사 염화실에서 입적에 든 숭산당 행원대종사 영결식이 12월 4일 오전 10시 30분 덕숭총림 수덕사에서 장엄하게 봉행됐다.

입적 슬퍼하듯 비 뿌려

스님의 입적을 슬퍼하듯 하늘에서도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영결식에 참석한 5000여 명의 사부대중은 “스님께서 강조하셨던 세계일화의 가르침을 이제 제자들이 받들어 따르겠습니다”라고 다짐하며 스님을 떠나 보냈다.

숭산 스님의 영결식장에는 세계 32개국에 120개의 선원을 설립해 한국의 선 불교를 전했던 스님의 포교에 감화를 입은 외국인 수행자 500여 명이 참석, 스님의 뜻을 기리고 추모해 영결식장을 찾은 대중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1966년 이후 40여 년을 해외포교에 일로매진한 스님의 영결식장은 여느 스님의 영결식장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외국인 제자들의 추모행렬이 그랬고, 영어로 쓰인 만장이 그랬고, 다비식장을 끝까지 지킨 눈 푸른 납자들의 모습이 또한 그랬다. 뿐만 아니라 굵은 빗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대중들의 발길은 다비식장에 그대로 머물러, 스님의 법구가 한 줌 재로 남을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일월성진이 스님의 본면목”

숭산 스님의 영결식에서는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스님을 기리고 추모했다. 조계종정 법전 스님은 법어를 통해 “무형무상하여 진용을 뵈올 수 없으나, 두두물물이 스님의 법신이요 일월성진이 스님의 본래면목”이라고 숭산 스님을 추모했다.

숭산 스님의 장례위원장을 맡은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은 영결사에서 “열반에 드실 때까지 운수가풍과 일념정진으로 무생법인(無生法印)을 깨달아 이사무애(理事無碍)한 삶을 사셨고 전등의 불꽃을 세계에 밝힌 눈 밝은 선지식이었으며 인류에게 깨달음을 전한 큰 스승”이라며 숭산 스님을 기렸다. 총무원장 법장 스님도 “스님께서는 세계 각국에 선풍의 바람을 일으켜 놓으시고 인연의 고리를 풀어 오고 감에 걸림이 없는 대자유인이 되셨다”고 스님을 추모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조사를 통해 “벽안의 제자들이 한국불교를 배우며 수행 정진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된 것은 큰 스님의 공적이며, 오직 모를 뿐이라는 가르침과 세계는 한송이 꽃이라는 말씀은 인류의 화합과 세계 평화를 이뤄가는 소중한 교훈으로 남을 것”이라고 스님의 업적을 기렸다. 이외에도 중앙종회 의장 법등 스님, 전국 선원대표 인각 스님, 중앙신도회 백창기 회장,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등 교계 안팎에서 스님의 행장에 감화를 입은 인사들의 조사가 이어졌다.

제자들 “입적도 법문으로 새겨”

숭산 스님의 입적에 가장 안타까운 마음을 보였던 제자들도 한 마음으로 스님을 기렸다. 지난 40년간 숭산 스님을 가까이서 모셨던 화계사 주지 성광 스님은 “큰스님은 정에 굶주린 이에게 정을 주고, 힘이 없는 이에게 힘을 주며 정진하도록 가르치신 완전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하버드 출신의 외국인 제자로 널리 알려진 현각 스님도 “인간적 슬픔은 있으나, 스님이 가신 자체로 참스승으로 남으셨다”고 스님의 입적 자체를 또다른 법문으로 해석했다. 헝가리 출신 청안 스님은 “몸은 다른 곳으로 가셨으나, 마음은 늘 이곳에 존재할 것”이라고 스님의 가르침을 기렸다.
수덕사=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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