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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명』 ⑥

기자명 법보신문

고집하지도 치우치지도 않는다

경(객관)은 능(주관)에 의한 경이며 능은 경에 의한 능이다.(境由能境 能由境能)
양단을 알게 되면 본래 이것은 (동일한)하나의 공이다.(欲知兩段 元是一空)


<사진설명>최북의 관수삼매도(18세기)

분별이 없고 집착이 없는 ‘일심불생’의 경계에서는 그 지반이 ‘일공(一空)’임을 밝힌다. 능은 주관이라고 하는 일심이며 경은 객관이라고 하는 환경이다. 『수능엄경』에 “소(所), 이미 망(妄)에 서면 그대가 망, 능이 따라 일어난다.”라고 한다. 능과 경, 주관과 객관의 상호성과 관계성을 말하는 것이다.

진여의 세계는 무법(無法)이며 무심이다. 무심 즉 무법의 세계는 지도(至道)가 현성한다. 심 즉 능이 없어지면 경도 사라지는 세계이며 경이 사라지면 능 즉 심도 사라진다. 이 둘이 사라진 곳에 이를 참된 공이라고 한다. 경(진여)은 능(진인)에 의한 경이며 능은 경에 의한 능이라고 하는 것은 능과 경의 절대적 부정에서 나타난 대자연과 평등의 절대적 긍정의 능과 경의 세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능과 경의 관계 즉 구별과 통합을 알면 그것은 본래 동일한 하나의 공임을 결국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오조법연선사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표명한 것이다. 하나의 무는 절대무의 세계다.


진여의 세계는 無心

공은 절대무의 세계이다. 능과 경의 양단의 입장이 설정되기 이전을 공이라고 한다. 일공이라고 하는 것은, 일이라고 하지만 이를 낳고 삼을 낳고 만법을 낳는다. 때문에 그것을 ‘능경불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능은 심 또는 인이라고도 하고 경은 법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능, 경이라고 해도 자아와 대상이라고 하는 것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공으로서의 ‘장소’가 있다. 물리학적 공간으로서의 장소, 생물학적 공간으로서의 장소, 역사학적 공간으로서의 장소도 있다. 그 장소에 따라 각각의 능·경이 있다. 여기서 양단 즉 능·경이라고 하는 것은 근원적 공의 세계에 있어서 자기이며 환경이다.

하나의 공은 양단과 같으며 한결같이 모두 만물을 품고 있다. (一空同兩 齊含萬象)
정교함과 거침을 보지 않는데 어찌 한쪽만에 치우침이 있겠는가. (不見精 寧有偏黨)

일공은 양단과 같은 것이다. 주·객, 자·타 등의 능과 경은 앞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절대무의 세계인 공에 있어서 현성된 세계이다. 일공은 일심이며 무심이다. 무심의 공의 세계는 만상을 머금고 있는 것이다. 삼라만상이 전개하면서 생멸과 증감과 순역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일공을 여실히 아는 자는 정교함과 거침, 조잡함을 문제삼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능과 경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있을 리 없으며 일공에 마저 눈짓하지 않는 것이다.

평상심이 곧 道

어느 날, 법회에서 당 숙종은 혜충국사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으나 스님은 전혀 눈여겨보지를 않았다. 황제는 화가 나서, “짐은 대당의 황제인데 국사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웬 까닭이오?” 이번에 스님이 질문했다. “폐하께서는 허공을 보시는지요?” “그렇소” 스님은 다시 묻는다. “허공이 폐하께 눈짓이라도 하더이까?” 이것으로 대화는 끝난다. 숙종의 질문은 스님에게 능·경에서 맴돈 것이다. 스스로 알기를 원한 스님은 그것에 따라 답변이라는 것이 편당에 치우친 것에 불과 한 것이다. 스님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여여한 위(位)이며 상(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스님은 그 당체를 허공으로 보인 것이다.

절대무라고 해야 할 일공에는 유의 세계 즉 일체 삼라만상(만법)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정교함과 거침이라고 하는 둘의 분별이 일공에 품어져 있기 때문에, 하나에도 고수하지 않고 둘에도 치우치지 않는 ‘평상심시도’가 일공의 작용이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선임을 『신심명』은 명료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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