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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룡 교수 업적 기리자

기자명 법보신문
공 종 원
언론인

지난 10월에 무현 심재룡(无見 沈在龍)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아직 60을 갓 넘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도 아쉽지만 이제부터 그가 불교철학분야에서 더 많은 업적을 남기기를 기대하던 학계의 동료들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겠다. 마침 석주 숭산 등 큰스님들이 열반에 든 시점이라 불교계가 한 거사 불교철학자의 죽음에 무관심한 것도 가슴 아픈 일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그와 자별(自別)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의 폭넓은 식견과 불교 연구에 경복(敬服)하면서 그의 소탈하고 순진한 인간미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그의 대성을 기대했던 것은 그가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미국 하와이대에서 석·박사를 하면서 불교를 공부했다는 점 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 사회에서 불교학은 종립대학인 동국대 출신만 하는 것으로 되어있고 연구의 주도권도 동국대에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 때문에 동국대출신 이외의 연구자가 불교를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외로운 노력을 수반하는 일이고 거기에 만약 논문이라도 발표할라치면 부지불식간에 동국대 텃세를 실감해야하는 것이 저간의 사정인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그나마 서울대는 학문 중심적인 국립대학이란 점이 작용해서 몇몇 불교철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극소수나마 불교학 전공 교수를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그 출신이 외국유학을 통해 불교를 공부하게 되면 어느 정도는 해외학계의 연구방법론과 객관적 학문풍토에 익숙할 수 있겠다는 점에서 적어도 우물안 개구리의 독선은 피할 만한 학문적 역량은 갖출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무현(혹은 계월(界月)이란 호도 썼다)은 1979년 서울대 철학과에 부임한 후 학계와 불교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동양철학 특히 불교철학에 대한 인식이 불모였던 서울대에 그는 불교철학 강의를 개설하고 불교철학을 현대한국철학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잡게 하는데 공헌한 것이다. 물론 불교전공의 전임교수는 아니었지만 그전에 서울대에는 박종홍 교수가 한국철학을 강의하면서 불교사상가들을 조명했고 무현도 그 영향을 적잖게 받았을 것이란 점은 부인하기 어렵겠다.

따라서 우리 불교계는 틈틈이 연구를 축적해 한국선불교의 전통과 기원을 따지고 그 종조와 종체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그간의 중구난방식 논의를 학문의 장으로 끌어들여 이론적으로 정립하는데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겠다. “조계종단의 종조를 둘러싼 여러 논쟁이 있지만 -즉 역사적 종조는 구산선문의 가지산문의 도의 선사요, 제도적 통합을 이룬 종조는 고려말의 태고보우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한국조계종의 사상적 기초를 수립한 중흥조가 지눌이란 사실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개진한 것도 그였다.

그의 이런 이론은 지난 8월 서울대출판부에서 간행된 ‘지눌연구-보조선과 한국불교’에 정리되었고 그것은 지난 12월 4일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있었던 제23회 열암학술상 수상작이 되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그간의 수상작들이 서양철학연구에 집중되었지만 불교철학분야로는 그간 두 차례밖에 없었고 이번 심교수의 연구가 세 번째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심교수의 ‘지눌연구’는 그의 마지막 절필이면서 학계에선 의미있는 역저라고 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역저에 대해 불교계가 별다른 평가를 하지 않는 반면 철학계는 그 공적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수상의 날에도 철학계인사들과 동료친지들만 모였을 뿐 불교계인사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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