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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명』 ⑩ [br] 둘도 없는데 어찌 하나가 있겠는가

기자명 법보신문
일여하여 체가 현묘하게 되면 우뚝하여 (만가지의 인)연을 잊는다.(一如體玄 兀爾妄緣)
만법을 평등하게 보게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萬法齊觀 歸復自然)


일여라는 진리의 본체는 유현해서 이로써 음미하게 되면, 견문각지상에서 구속받는 어떤 것도 없다. 높은 산이 우뚝 솟아 있는 것처럼 절대 방해되고 걸리는 것이 없음을 뜻한다. 앞 절에서 만 가지 존재는 일여하여 차별이 없다고 하였고, 이번에는 이러한 평등한 세계의 본질을 깨닫게 되면 세상사에 걸림 없는 참된 자아의 실상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만법은 오직 마음에서 일어난다는 대승불교의 입장이다.

‘올이’는 ‘부동’의 뜻. ‘망연’은 ‘손쓸 틈이 없는 것’을 말한다. 『백장광록』에는 ‘삼조가 말하되,’라고 하여 ‘마음, 목석과 같이’라고 하여 예를 들고 있다. 망연의 세계를 가리킨다. ‘만법제관’은 『장자』의 「제물편」에 ‘천지와 내가 함께 생기고, 만물과 나는 하나다’라고 하는 것에서 「열반무명론」에 ‘진실로 즉하면 유무가 동등하게 보이고 동등하게 보면 바로 그대와 내가 둘이 아니다. 이런 까닭에 천지와 내가 같은 뿌리요, 만물과 내가 일체가 된다.’라고 하는 것에서 생겨난 것이고, 예로부터 선자들은 이 구절을 즐겨 사용했음을 살필 수 있다.

일여는 유현해서 언어분별이 미치지 않지만 그것은 시절인연이 도래하여 무엇인가의 연에 의해 지금까지 ‘차별대립’에서 어지럽게 되었으나 끝내 그 질곡을 떠나 ‘일여평등’하게 되어 만법을 평등히 보게 되면 이원대립이전의 본래 ‘자연’의 법이 드러나 본래의 ‘자연’의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평등하게 본다’라는 것은 ‘차별’이 민멸(泯滅)한 ‘평등’에서 본 것이며 ‘만법제관’은 인법(人法)불이의 입장에서이다.

(자연에는) 이유라는 것이 없어 견줄 수가 없다.(泯其所以 不可方比)
움직임이 그치게 되면 움직임이 없고 그침이 움직이게 되면 그침이 없다.(止動無動 動止無止)

앞에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라고 했다. 인간실존의 본연인 자연의 존재는 차별, 분별이 끊어져 있기 때문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산시’에서 말하는 ‘내 마음, 가을달과 같아…어떤 것과도 비교함에는 참을 수 없어’이다. ‘자연’은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스스로 그러한 것’뿐이다. 이유는 자아의 분별의 입장이다. 동(지혜)도 정(선정)도 없다. 오직 무심, 무작의 작용만이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마땅히 알라. 반야, 해탈, 보리심은 가히 비유로써 말할 수 있지만, 일체 이름과 형상이 떨어지고 한 마음이 아울러 잦아진 바로 이러할 때에는 도리어 어떠한 비유를 들겠는가. 누구는 말하기를 옛사람이 이른 ‘해오라비도 희고 눈도 희지만 한 빛이 아니요, 달빛도 희고 갈대도 희지만 같은 듯 다르다’라고 한 이 말이 어찌 ‘어디다 견줄 수 없다’는 말이 아니겠는가.”라고 중봉(中峰)스님은 설했다.

움직임 밖에 그침이 없고 그침밖에 움직임이 없다. 움직임과 그침은 하나의 체이며 자연이고, 움직임과 그침에 대한 이유가 붙지 않는다. 물이 움직이면 파도가 되고 파도가 고요해지면 물이 되어 물과 파도는 본래 하나일 뿐이며 자연인 것과 같은 것이다.

둘이면서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하나가 어찌 있겠는가.(兩旣不成 一何有爾)
구경궁극은 지켜야 할 법칙을 두지 않는다.(究竟窮極 不存軌則)

동과 지, 이 둘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에는 어찌 하나가 성립할까. 하나는 둘, 둘은 하나에 대하여 존재의 근거가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결국 ‘지켜야 할 규범’을 붙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구경궁극은 ‘하나마져도 역시 고수하지 않는’ ‘지도’이기에 분별계교심인 궤칙은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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