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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재앙에 자비의 손길을

기자명 법보신문
보 광 스님
동국대 불교대학원 원장

지난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해일의 피해는 인류의 대재앙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몰디브, 인도 등 서남아시아의 중요 휴양지에서 일어나므로 더욱 피해는 크다. 마침 지구 반대편의 겨울 사람들에게는 연말연시와 겨울철에 여름휴가를 만끽할 수 있는 해변이라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러므로 단순히 피해국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재앙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인명의 피해는 세계 각국이 입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자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한 달전에 스리랑카 성지순례를 하고 돌아 왔다. 스리랑카를 여행하면서 참으로 복 받은 나라라고 생각하였다. 아름다운 해변과 울창한 숲, 찬란한 문화유적, 불심으로 가득한 나라, 짧은 여행기간에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콜롬보 인근 해변가의 호텔에서는 며칠이라도 더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푸른 파도가 밀려오지만, 따뜻한 바닷물은 부드럽기 한이 없었고, 야자수 나무아래 책을 읽으며 소일하던 유럽의 관광객들은 한 달째 머물고 있다고 했다. 호텔 옆의 기차 길에는 이따금 기적소리가 들리곤 하였다.

그러나 이번 참사의 현장을 비쳐주는 뉴스에서 우리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찬탄하였던 호텔은 폐허가 되었으며, 해일로 기차 길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뉴스를 보고 또 보곤 하지만, 한 숨만 나오며, 그들의 왕생극락을 위하여 기원할 뿐이었다.

특히 이번에 일어난 피해국 가운데는 불교국가가 많다.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는 남인도 해안의 바닷길을 따라서 전파되었으며, 이들은 지금도 상좌부의 불교를 잘 지키고 있다. 우리는 흔히 소승불교라고 폄하하지만, 그들은 부처님의 정법을 그대로 수지해 오고 있음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한 민족들이다. 역사적으로는 유럽 강대국의 식민지가 되곤 하였지만, 그들은 종교적으로 물들지 않고 부처님의 정법을 계승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 그들에게 종교적인 침략을 당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한국의 기독교 선교단체에서는 동남아 불교국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선교활동에 혈안이 되어있다. 물질적인 공세와 의료사업, 사업적인 파트너로 심지어는 개종을 위한 혼인정책까지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한국기독교 선교사들의 입국을 못하도록 하는 법령을 제정하려는 움직임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이러한 어려움에 처한 것을 기회로 삼아서 선교정책의 일환으로 재해복구를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면 불교국에서는 더욱 더 큰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이다. 이와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UN에서는 피해국의 재난 구호사업을 하면서 가능한 종교적인 선교활동을 자제해 줄 것을 각 국에 부탁하였다고 하니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다. 만약 불교국가에 불교인들의 온정의 정이 부족하여 섭섭한 생각을 갖거나 외로움에 처한다면, 이는 모든 불교인들의 책임이다. 따라서 한국불교인들 중 대부분이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인도 등의 성지를 다녀왔을 것이다. 우리의 발길이 닿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살아서 숨쉬는 곳의 피해와 재앙은 바로 우리들의 일이다. 불자들이 망연자실해 있을 때 불자들이 자비의 손길을 뻗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이미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께서는 거금의 재난구호기금을 기탁하였다. 이를 보고 모든 불자들은 가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모든 불자들이 나서서 그들에게 용기를 주도록 하자. 지난 스리랑카의 수해피해 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조계마을을 건립한 것과 같이 불교국가의 재앙에 한국불교인들의 역량을 보여 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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