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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오한 사람도 수행하나요?

기자명 법보신문

어린 부처가 완숙한 부처 행을 닦는 것

어떤 사람이 선지식의 설법을 듣고 즉시 자기를 알고 깨달아서 일체 망념이 일어나지 않고 부처의 심성을 회복하였다 하여도 어떤 일을 당하여서는 미미하게 흔들리는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담배를 못 끊던 사람이 의사가 ‘당신은 폐암 4기요!’ 라고 말하는 한마디를 듣고 즉시 담배를 원하는 마음을 끊었지만(頓悟頓修), 그래서 담배를 안 피우던 과거로 되돌아갔지만, 몸에서는 여전히 니코틴 중독이 발동하여 담배를 원하는 유혹이 남아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자기 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 사람(頓悟者)은 유혹에 끌려가지 않고 즉시 원하는 마음을 중지시킵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게 되면 다시는 담배 유혹이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돈오를 얻은 사람도 부처의 심성을 회복하였으나 일과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과거 습성이 발동하여 중생심이 나오려고 하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깨달은 자라면 당연히 이런 유혹에 끌려가지 않고 곧 부처님의 마음을 쓰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를 깨달음은 소우주를 깨닫는 것입니다. 소우주는 곧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자성을 깨닫는 것은 ‘나’ 에 대하여 깨닫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道)는 대우주와 나를 관통하여 있습니다. 진정한 돈오자라면 우주와 자연과 나와의 관계를 잘 알고 일상사에 한 점의 의혹도 없어야 하며, 또한 조금의 유혹됨도 없고, 나와 남의 관계 속에서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돈오를 얻은 자는 마치 알에서 막 깨어난 어린 새와 같아서 세상을 마음대로 유영하면서 날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어린 새는 날개가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나르는 비행술을 익혀야 합니다.

이처럼 돈오자도 나와 남과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를 잘 살피고 이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익혀야 합니다. 그러므로 깨달은 자라도 부처의 행을 수행하여 완벽을 기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보림수행(保任修行)이라 하고, 또한 좬육조단경』에 ‘부처님의 행을 수행한다(修行佛行)’ 라고 하였습니다.

또 이것을 좬능엄경』에서 부처님께서는 ‘이치는 즉시 깨달으므로 깨달음을 따라 아울러 녹이지만 일에서는 금방 제할 수 없다. 차례에 의하여 다해진다(理卽頓悟 承悟倂消 事非頓除 因次第盡)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돈오자의 수행은 부처가 되기 위하여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어린 부처가 완숙한 부처의 행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돈오자도 화두를 들고 수행하여야 하는데 이때에 드는 화두가 바로 경절문(徑截門)의 화두입니다.

경절문 화두는 곧바로 끊고 들어가는 화두라는 뜻인데 ‘무(無)‘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 ‘마삼근(麻三斤)’ ‘간시궐’ ‘장삼칠근(長衫七斤)’ ‘전삼삼후삼삼(前三三後三三)’등의 화두를 말합니다. 이 화두를 들고 마음을 쉬고 쉬어가다가 그 뜻이 드러나야 비로소 항상 고요하고 평안한 붓다의 자리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무불선원 선원장
(cafe.daum.net/mubulsun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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