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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와 공갈이 판치는 세상

기자명 법보신문
공 종 원
언론인

초인종 소리가 난다. 집사람이 누구냐고 하니까, 문짝 고치는 사람인데 잠깐 나와 보라고 한다. 집사람이 문을 열고 나가니 산소통을 가진 사람들 셋이 서있다. 지나가던 길에 집 대문을 보니 너무 낡고 문설주가 닳아 다 내려앉았으니 고치라는 것이다. 그러지않아도 대문이 낡아 전부터 말썽을 피워 조만간 고치려고 하던 참이라 값만 괜찮으면 고치겠다는 마음으로 조금은 반갑게 물어본 말이다.

그들은 5만원이면 고칠 수 있다고 한다. 마침 산소통을 가지고 다니니까 싸게 고칠 수 있을 것이란 설득도 했다. 그래 집사람은 3만원이면 고치겠다고 말을 건넨다. 그 사람들은 그 돈으론 안된다고 하다가 집사람이 안고칠 기세를 보이니 대신 커피를 끓여주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 정도야 못하겠느냐면서 집사람이 흥정을 끝냈다.

그 사람들이 대문의 문설주를 고치는 사이에 집사람이 커피를 끓여 내간다. 그이들은 일을 하면서 커피맛이 좋다고 한다. 그러다 집사람이 부엌일을 마저 할 것이 있어 들어와 일하는 사이 그 사람들은 일이 끝났다고 아주머니 나와보시라고 한다. 집사람이 나가자 그 사람들중 한 사람이 말을 붙이더란다. 문설주를 고쳐도 대문이 헐어서 얼마 못쓰겠다. 특히 빗물이 대문 아래로 흘러가는 바람에 대문이 녹슬었으니 이걸 고쳐야한다면서 모두 15만원을 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다. 집사람은 주인양반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그만두시라고 말을 끝냈다고 한다. 그러자 한 사람이 문짝을 들어 그대로 문설주에 앉히더라는 것이다.

그래 집사람은 집에 들어와 3만원을 장에서 꺼내는 등 시간을 지체하고 나가보니 그동안에 그이들이 산소통을 가지고 대문의 아래쪽에 철판을 조금 대어놓고는 다 되었으니 15만원을 주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집사람이 어이가 없어 하니 아까 분명히 문을 고치지 않겠다고 했는데 무슨 말이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 사람들 중 한 사람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아주머니가 하라고 했는데 왜 돈을 안주느냐고 대들더라는 것이다. 혼비백산한 집사람이 그중 한사람을 붙잡고 10만원으로 하자고 설득해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이다. 사기꾼과 공갈꾼이 날치고 가짜와 무식꾼이 세상을 마구 휘졌는 막된 세상이 되었다지만 그저 조용히 움츠리고 사는 민가에까지 이런 식의 사기 공갈이 횡행하니 정말 두렵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엊그제 교계신문에 보니 70대 노인 사기꾼이 비구니 절을 돌아다니며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비구니스님들에 말을 붙여 낯을 익힌 후 그 비구니스님이 사는 절을 찾아가 독실한 불자를 가장하고 거액의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환심을 산 후 며칠 뒤엔 갑자기 사건이 터졌다고 스님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급전을 요청하여 돈을 얻으면 자취를 감추는 수법이라고 한다. 나이든 70대 노인인데다가 해박한 불교지식에 중후한 용모까지 갖추어 그 모습이 그럴 듯해 믿게 만들고는 ‘거액 기부’라는 미끼를 던져 비구니스님들을 속이는 수법이 정말 범죄심리학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사기양상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비구니스님들의 심리상태와 시주를 가지고 사는 절의 특성을 잘 알고서 이를 이용하는 것이 가증스럽기도 하고 가엾기도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사기에 걸리는 것은 이쪽의 책임도 없지않다고 한다. 아예 계획적으로 달라붙는 사기꾼을 물리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헛된 이익을 바라는 마음에 빠지는 것도 큰 죄라는 인식도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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