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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교학 겸비…상좌불교 전통 보급

기자명 법보신문
나이가 차서 출가한 아찬 리 담마다로는 출가한 지 처음 몇 년 동안 교학보다는 수행에 전념했었다. 하지만 수행의 힘은 팔리어와 교학에 대한 이해의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수행을 통해서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에서 자신이 알고 싶어하는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거듭생각할 필요없이 그에 대한 지식이 떠올랐다. 예불 때 외우는 팔리어 예불문이나 아비담마에 대한 이해도 이렇게 생겨났다. 한 번은 아찬 콩마(Ajhan Kongma)스님께 이 문제를 상의 드리니 이러한 답을 들고 크게 기뻐했다고 회고한다. “부처님은 출가한 후 책을 통해서 공부하지도 않았고 책을 쓰거나 남을 가르치는 방법을 공부한 적이 없다네. 그 분은 먼저 수행을 하셨고 수행의 결과 마음에서 지혜가 생겨났지. 그 때 그 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법을 가르치셨고 그 내용이 처음에는 암기되어 오다가 후에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것이지. 그러니 자네가 수행을 통해 자네 마음속으로 알게 된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야.”

출가후 수행에 전념

사실 불교의 가르침은 수행에 대한 가르침이다. 즉 괴로움을 없애는 길인 팔정도를 실천할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길을 가르치는 불교를 배우면서 정작 길을 가고 있지 않다면, 남의 소를 세는 목동이 정작 자기 소는 한 마리도 갖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찬 리 담마다로는 교학을 배우기 전에 아찬 문이라는 위대한 스승으로부터 교학의 내용인 수행을 익혔고, 그 결과 교학의 내용을 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위의 경험을 하고 난 몇 년 후에 아찬 리 담마다로는 팔리어 공부와 교학공부를 하여 9단계의 과정 가운데 기초단계인 제 3단계의 시험을 통과하였다. 기초단계이지만 팔리어를 읽고 경전을 이해하는 실제적인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수행과 교학의 관계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확인할 수 있다. 수행은 실제로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교리적인 이해보다는 실제 수행을 지도해줄 스승이 더 필요하다. 아찬 리 담마다로는 아찬 문에게서 실제 수행의 길인 ‘붓도’(부처님 덕을 생각하는 염불수행) 수행과 호흡을 관찰하는 입출식념(入出息念)을 교학과는 무관하게 먼저 수행을 하게 된다. 집중적인 수행은 마음의 안정을 얻게 해주었고, 그 안정은 바로 교학에 대한 이해로 직결되었다. 선 수행 후 교학이 된 셈이었다. 그러면 수행만 하면 되지 왜 교학이 필요한 것일까? 승단의 구성원인 스님들은 후학들을 지도해야 한다. 그래야 승단은 물론 불교가 존속되기 때문이다. 남을 가르칠 때, 남방 상좌불교의 스승들의 특징은 전통적인 교학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수행 체험을 전통 교학에 비추어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통을 2300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것이 남방 상좌불교이다. 아찬 리 담마다로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신의 수행체험이 있지만, 교학을 배워 그 교학을 수행체험으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남방 상좌불교의 스승들은 바로 이 점에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태국의 선지식들이 그렇고 미얀마의 선지식들도 그러하다. 아찬 리 담마다로처럼 선 수행, 후 교학의 과정을 거친 스승들보다는 선 교학, 후 수행, 다시 교학을 통한 확인을 거친면서 자신의 수행을 재확인하고 후학을 지도한다. 그러니 상좌불교의 가르침의 맥이 2300년 동안 면면히 이어지고 있지 않았겠는가하는 것이 필자가 남방에서 수행을 해보고, 많은 선지식을 찾아 수행과 교학을 조사하면서 얻은 결론이었다.

미얀마의 마하시스님은 자신만을 위해서라면 훌륭한 스승 아래에서 정확하게 지도를 받아 수행을 하면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남에게 불교를 가르치려면 교학을 익혀야 함도 강조하셨다. 그래서 마하시 수행전통에서는 교학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가 된 스님들이 수행도 지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는 중요한 전통이라고 생각된다. 수행과 교학을 겸비한 스승을 배출해 낼 수 있을 때, 한국불교도 활발하게 되살아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교학 연구 통해 수행단계 확인

아찬 리 담마다로는 맹수들이 오고가는 숲 속에서 수행을 하면서 야생의 코끼리 등의 위험한 동물들과 마주치는 경험을 한다. 이때마다 좋은 마음을 일으키는 수행(慈觀)을 하여 어려움에서 벗어난다. 그의 스승도 숲속에서 수행할 때, 호랑이가 와서 곁에 앉아 다른 짐승들로부터 보호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니, 숲속 수행의 전통을 잇는 수행자들은 수행에 의해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을 실천하는 수행자는 법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장로의 시(長老偈)』의 말씀도 이런 수행자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험한 숲 속 보다 더 위험한 곳이 있다. 바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뿌리로 얽혀있는 우리의 마음이다. 이 위험한 마음에서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법을 실천하는 것임을 잘 이해해고 실행해야 우리는 자신을 안정되고 행복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이 풍진 세상에 몸담고 살지라도.

아찬 리 담마다로는 호흡관찰(入出息念)을 통해 4선정에 이르는 길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지면관계상 “호흡에 마음을 두는 수행”(Keeping the Breath in Mind, Thanissaro Bhikkhu 번역, inmind.zip http://buddhanet.net/ftp10. htm)을 통해 초선에 대해 살펴본다. 초선에서는 다음의 다섯 요소가 갖추어져야 한다. 1.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분명하게 알아차릴 때가 호흡을 관찰한다(尋 - 향하는 생각). 2. 마음을 호흡에 머물되 다른 대상으로 빗나가지 않게 한다.

호흡관찰 통해 ‘4선정의 길’ 제시

호흡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 질 때까지 오직 호흡에 집중한다(심일경성 - 한 곳에 마음이 집중됨). 3. 이 편안한 호흡의 느낌이 몸에서 일어나는 호흡의 다른 느낌으로 퍼지게 한다. 이 호흡의 느낌이 모두 함께 흐를 수 있을 때까지 퍼지게 한다.(伺 - 머무는 생각) 4. 앞의 세 가지가 갖추어지면 기쁨(喜)이 일어난다. 이 기쁨에 의해 몸과 마음은 완전히 맑아진다. 5. 몸이 안정되고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에 육체의 편함이 일어나고,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만족감이 생긴다(樂). 이처럼 앞의 세 가지가 원인되어 뒤의 두 가지가 결과로 나타나서 초선을 이루게 된다. 이처럼 수행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현상들을 경전과 실체 체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재성〈경전연구소 소장〉
metta4u@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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