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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와 반부패협약

기자명 법보신문
지난 3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각 정당대표, 경제단체대표, 사회각계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투명사회 반부패협약>에 직접 서명하고 서로서로 손을 맞잡아 ‘대한민국을 깨끗하고 맑은 투명한 사회로 만들자’고 철석같이 약속을 했다.

공직자는 물론 모든 정치인, 기업인, 사회각계의 대표들이 공개적인 행사를 갖고 청렴결백한 세상, 부정부패없는 세상, 당당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고 서약을 했으니 이 <맑고 향기로운 약속>이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살만한 세상, 살기좋은 세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부정부패없는 청렴도를 척도로 따졌을 때 세계에서는 꼴지권에 속하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물론이요, 기업의 세계에서도, 교육, 언론, 심지어는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한걸음 더 나아가 가장 맑고 깨끗해야할 성직자들의 세계까지도 부정과 부패가 번져 충격적인 사건으로 터진게 어디 한두번이었던가?

국가권력을 잡겠다던 한국 최대의 정당이 대통령선거를 핑계로 부정한 돈 수백억씩을 차떼기로 욹어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었다. ‘대통령의 아들들’이 치사하고 더러운 돈을 받아먹고 아직도 구치소 감방에 갇혀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가장 모범적인 청빈한 생활규범을 보여주어야 마땅한 경제장관조차도 알고보니 치사하고 더러운 방법으로 부동산에 투기하여 엄청난 재산을 치부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밝혀져 결국은 꼴사납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제 “부정과 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대통령의 큰소리를 믿는 사람도 없고 “부정부패를 발본색원 하겠다”는 시정당국의 엄포도 믿는 사람이 없다. 50년전 자유당 정권부터 장장 반세기가 넘도록 <부정부패소탕타령>만 해왔지, 돌아서면 그 입과 그 손과 발로 부정부패를 일삼아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제 하다하다 안되니까 <투명사회 반부패 협약>까지 채결하고 전국민앞에 공개적인 행사까지 거창하게 거행했으니 어디 한번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구석구석 퍼져있는 <부정부패>를 공직자들 탓이다! 정치인들 탓이다! 기업인들 탓이다!하고 저들에게만 그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가?

인천(人天)의 스승으로서, 사회의 목탁으로써, 가장 청빈하고, 가장 정직하고, 가장 깨끗하고, 가장 당당하고, 가장 아름받고 향기롭게 살고 계셔야할 대한민국 종교계 그 가운데서도 대한민국 불교계의 의젓하신 스님들께서는 과연 오늘 어떻게 살고 계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왜 팔자에 없는 걱정을 하고 있느냐? 그 동안 수없이 들어서는 안될 소리, 믿어서는 안될소리, 차마 꿈에서도 듣기싫은 치사하고 더러운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온 까닭에,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격으로 <반부정부패>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청정하신 스님들은 평소 우리가 너무 존경하여 모시는 법정(法頂)스님처럼 맑은 가난을 누리며 당당하게 살고 계실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 청정하신 스님들 사이에서는 종회의원선거에 돈 뿌리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요, 주지선거에는 더더구나 꿈에라도 돈쓰는 일이 없을 것이요, 총무원장 선거에서는 더더구나 더더구나 땡전한닢 선거비용이 뿌려질 일이 없을 것이요, 종회의원 스님이라고 해서 땡전 한닢 선거자금을 받아 잡숫거나 이권에 개입하는 일이 절대로 없으리라 믿는다. 이 정도로 깨끗하고 당당한 불교계라야, 저 더럽고 악취나는 오탁악세의 부정과 부패를 꾸짖을 수 있는 인천의 스승, 스님이 아니시겠는가? 그래서 우리 스님들은 너무너무 깨끗한 까닭에 <투명사회 반부패 협약> 같은 것에 참여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믿고, 또 믿고 싶다.

윤청광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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