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핵을 넘어 평화프로세스 구축

기자명 법보신문
고 유 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지난 2월 10일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보유와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이후 한반도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2월 26일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가 있었다. 3국 수석대표 협의의 요점은 북한이 6자회담의 장으로 복귀할 경우 안전보장과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포함한 에너지 및 경제지원 등 모든 관심사를 진지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을 평양에 보내 북한이 핵보유와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월 21일 왕 부장을 접견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유관측들의 공동 노력으로 6자회담 조건이 성숙된다면 어느 때든지 회담 탁(테이블)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에게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 대등한 자격의 협의 약속, 신뢰할 수 있는 조건 제시, 북한을 압제국가로 규정한 명백한 이유설명 등을 회담복귀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중국은 회담재개를 위해서는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의사표시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과 의견조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가 3월 22일부터 27일까지 중국을 방문하여 6자회담 등 현안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같은 시기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동북아지역을 순방할 예정이다. 라이스는 지난 12일 보도된 워싱턴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현 단계에서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북한의 인권·체제 문제 제기를 자제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은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북한위협론 유지 하에 미사일방어(MD) 체제구축, 북한의 체제전환 등 3가지 의도에 따라 이를 동시에 추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참여정부의 ‘북핵해결 우선주의’에 입각한 대북 압박과 2004년 하반기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남북관계는 장기 정체국면에 빠졌다. 따라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남북 당국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지금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의 병행추진 원칙에 따라 위기관리 차원의 남북관계를 위기돌파 차원의 남북관계로 발전시키는 새로운 대북전략을 수립해야 할 전환기적 상황이다. 이를 위해 참여정부는 한미관계 강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북·미 양자의 양보와 협상을 유도하는 정책수단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북핵위기 하에서도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화해협력과 평화 프로세스를 일정 정도 진전시켜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교착되고 북-미 갈등을 지속할 경우 북한의 친중, 친러 가속화 움직임과 동북아 신냉전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관계 진전으로 북한이 남한을 통해서 자본주의 세계경제로 편입되느냐, 아니면 중국, 러시아를 통해서 자본주의 세계경제로 편입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음으로, 남북한의 경제위기 극복과 민족공동체 회복차원에서 남북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남한의 경제위기 원인 중의 하나는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사회주의 국가들이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편입하여 노동집약형 저가상품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세계경제로의 편입을 주저하고 있는 북한을 안정적으로 세계적인 노동분업구조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남한의 도움이 절실하다. ‘평화번영정책’이 대북정책의 범위를 넘어 동북아지역 평화와 번영정책으로 적용범위와 외연이 확장됐지만, 핵문제해결 우선주의에 따른 남북관계 정체로 동북아시대 구상의 현실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여정부는 북핵해결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MD) 체제구축 등으로 동북아에 신냉전질서가 구축되지 않도록 동북아 허브(hub) 국가로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