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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난립과 태고종 분규

기자명 이학종
불교계에 종단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계십니까. 믿어지지 않겠지만 종단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슨 이름의 종단을 세우는 지 교계 언론사조차 모를 정도로 수시로 창종이 되거나, 있던 종단도 흐지부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 ‘한국불교계에 불교종단은 몇 개’라는 식의 단정은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저 약 100여 개는 족히 넘어섰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만이 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불교계에 종단이 본격적으로 난립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5월 불교재산관리법이 폐지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불교재산관리법의 폐지와 함께 각 종단이 임의단체가 되면서 대한 종단의 난립과 양산을 제어·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사라지게 된 것이지요.

다 알다시피 어떤 종단이든 종단이 생성되는 배경에는 그럴만한 객관적 타당성이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소의경전이나 종지종풍은 적당히 구색만 갖추고 이해관계에서 관련이 있는 사찰들 몇 십 개를 모아 종단을 세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문화광광부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월 4일 현재 재단법인과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불교법인이 82개 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82개 법인이 모두 종단의 골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나 현재 종단협의회에 소속된 25개 종단을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종단이라고 해도 대개 종단의 품격을 갖추지 못한 유사 불교종단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종단의 무분별한 난립은 불교계 전체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현상입니다. 불교를 표방하는 사이비 불교종단들이 활개를 치는 공간이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요,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불자와 일반국민들에게 왜곡된 불교관을 안겨줄 개연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지요.

한국불교계에 종정이 무려 100명이 넘는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참으로 가관이 아니겠습니까. 종단이 많다보니 종정의 숫자도 많아지고, 결국 종정들을 회원으로 하는 ‘종정들의 모임’ 같은 것까지 생겨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이 이따금씩 시내 대형 호텔을 빌어 각종 행사를 벌이는 현장을 보면 수십명의 종정이나 총무원장들이 거룩한 표정으로 금가사를 입고 줄지어 앉아 있는 광경도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최근 태고종의 종권 다툼이 본격화하면서 종단이 둘로 갈라지는 분종(分宗)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태고종은 교계 종단의 난립에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종단의 역사성이나 전통성을 볼 때 한국불교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이해관계로 인해 갈등을 겪거나, 소속 사찰들이 집단으로 탈종하여 새로운 종단을 만드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태고종을 놓고 갖가지 종단을 양산해내는 군소종단의 모태(母胎)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겠습니까.

현재 양분돼 서로 대립하며 다투고 있는 태고종 스님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합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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