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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와 동아시아 정치

기자명 법보신문
신 규 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독도 소유권 문제로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이 나쁜 쪽으로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는 예전과 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식민 행위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는 상태이고, 그들이 저지른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 대한 침략행위도 부인하고, 특히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것은 오히려 이 지역 근대화에 일정 부분 공헌이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당시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 대한 일본의 이런 태도는 어제 오늘의 입장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명치유신 이후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주도하면서 아시아와 타국을 동료가 아닌 경영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역사적으로는 ‘대동아공영권’으로 표출되었다. 일본의 지도층과 정부의 이런 아시아 인식이나 역사 인식은 자기 나름대로의 애국심에 기초하며, 한편으로는 세계무대에서 자국의 생존에 대한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 즉 일회적이고 감정적인 우연이 아니라는 말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경우도 기본적인 노선은 일본과 다를 게 없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중심적인 패권국가로서 일관되게 움직여 왔다. 중심과 주변, 또는 중화와 이적의 논리로서 아시아의 주변국에 대한 일관된 인식과 행동을 해왔다. 티베트나 몽고 그리고 고대 고구려 월남 등 주변의 여러 민족이나 국가를 문화적이나 정치적으로 흡수하려고 해왔다.

이제 현실적으로 일본 정부는 독도의 영토권을 주장하고 있고, 그것도 최근 시마네현과의 용의주도한 연계 속에서 교묘하게 표출되고 있다. 물론 한국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수준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과거의 정부가 한 일을 돌아보면, 우리 정부가 독도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말 못할 사연을 끌어안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국민 정서에 퍼져있다. 이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서 매우 염려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이번의 정부의 반응에 대해서도 우리 내부의 정치적인, 혹은 정당의 정치적 행위 차원의 발상에서 나오는 단순하고 즉흥적인 반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평화를 존중하고 희구하는 것은 인류 공통의 정서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근원적인 이유는 욕심은 늘어나는 반면, 그것을 채울 수 있는 돈이나 물질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불교와 같은 종교에서는 이런 실상을 잘 깨쳐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는 이런 철학을 나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상대가 이런 배려와 철학을 무시하고 우리를 침략하려 할 때에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역사적으로 우리를 침략했던 집단이나 국가는, 가장 가까이는 김일성 정권이 그랬고, 그 이전에는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이 그랬고, 임진왜란이 그랬고, 병자호란이 그랬다. 이것은 새삼스러운 정보도 아니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일련의 역사적인 순서의 역방향이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들의 순서이다. 제일 경계해야 할 대상이 김일성으로 상징되는 집단이고, 그 다음은 제국주의적 사고를 갖은 일본이고, 그 다음은 중화주의를 꿈꾸는 집단이다.

한국의 어떤 정권이건 혹은 개인이건,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과 결탁하여 자신의 이권을 챙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내 정치권 내에서 각 정당이나 집단 간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집안 싸움에 남을 이용하여 내 집을 망가뜨리는 것은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 임진왜란 이전에 일본의 정세를 살피러 건너간 조선의 정부 관료가 자파의 정치적 우위를 획득하기 위하여, 혹은 그것을 이용해서 그 당시에 유리한 정치적 지위를 확보한 자들이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결국은 7년이라는 기나긴 전쟁만이 남았다. 독도에 대한 우리 정부나 정치인이나 큰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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