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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심수행장』 ⑩

기자명 법보신문

집착을 끊고 무상을 체득하라

此事無限 世事不捨 彼謀無際 絶心不起
今日不盡 造惡日多 明日無盡 作善日少
이 일만 하는 것이 끝이 없건만 세상일을 버리지 못하며, 저 꾀는 다함없건만 마음을 끊지 못하네. 오늘만 하는 것이 다함없어 악한 일만 늘어나고, 내일만 하는 것이 끝이 없어 착한 일 적게 짓네.

<사진설명>달마도(16세기 일본)

이 일(此事)이란 속세의 세간사일이며, 저 꾀(彼謀)란 출세간 해탈의 길이다. 속세의 일을 이일만 하고 버리지 못하는 것은 모두 자아(自我)가 있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일어난다. 즉 나라고 하는 것에 집착하여 그로 인해서 고(苦)와 낙(樂)따위의 상태가 전개되며, 선악 따위의 생각과 탐진 따위의 번뇌가 생겨나게 된다. 출세간에서의 마음을 끊지 못하는 것 또한 결국 같은 것이다. 마음을 냉철히 분별하여 마군이의 삿된 꾀임에 빠지지 않는 것도 모두 자기의 생각을 어떻게 다잡아 나아갈까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잡아함경』에 이르기를 “덧없는 생각들을 마땅히 끊어버려야 한다. 그리하면 마음이 넉넉하고 안락하리라. 무엇이 덧없는 생각인가? 육신에 매달리는 것이 덧없는 것이다. 좋고 나쁨에 매달리는 것이 덧없는 것이다. 무엇을 보고 느낀 자기의 생각들이 덧없는 것인가. 자신의 생각에 매달리는 것이 덧없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으로 사물을 분별하는 것이 덧없는 일이다.”라고 하여 육신, 선악, 감정과 자기중심적 사고를 모두 덧없는 무상이라고 갈파하고 있다. 설령 모든 것이 그렇게 무상하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우리는 세속사를 선뜻 칼로 잘라내듯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몸에 배인 습관적인 일에 연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흐르는 강물과 같이 집착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숫타니파타』는 노래한다. “물은 흘러 언제까지 차(滿)있지 않고, 타오르다 머잖아 꺼지는 불꽃. 보게나, 해는 뜨되 금세 지며, 보름달은 어느덧 이지러짐을. 세도가 하늘 뻗은 사람에게도 무상의 바람은 한결같아라.”

今年無盡 無限煩惱 來年無盡 不進菩堤
時時移移 連經日夜 日日移移 速經月晦
금년만 하는 것이 끝이 없어 번뇌는 계속되고, 내년만 하는 것이 다함없어 깨달음에 나아갈 수 없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밤낮이 빠르고, 나날이 흘러흘러 속히 한달이 지나가네.

‘금년만 운운…’ 하는 것은 집착함을 이야기 하는 것이며, 이러한 집착으로 인하여 번뇌는 소멸되지 않는 것이며, 번뇌를 소멸 시키지 않고서는 깨달음에 나아 갈 수가 없다는 것을 말씀하신 대목이라 하겠다. 때문에 무아(無我:나의 없음)를 확실히 인식하고, 무상(無常: 항상 되는 것이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면 깨달음에 나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연후에 처음으로 다섯 비구에게 말씀 하셨다는 네 개의 진리인, 사성제(苦,集,滅,道)도, 결국 고통을 여의고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가장 요긴한 문을 설명하신 대목으로 유명하다. 그 내용은 “고통이 있음을 알며(苦), 고통의 원인은 번뇌, 망집(集)함으로 일어남이요, 그 집착은 여읠 수가 있으며(滅), 그것을 가르치는 방법 (道=바른 견해, 바른 사유, 바른 말, 바른 행동, 바른 생활, 바른 노력, 바른 새김, 바른 집중)으로 팔정도(八正道)가 있다”라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성제의 힘은 한마디로 집착의 너울에서 벗어나 올바른 정진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우리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이 어째서 고(苦)인가 하면, 일체의 사물이 여러 인연이 합쳐져서 이루어지며, 항시 변하여 한 순간에도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에 나의 건강, 재산, 가족의 화평, 지위 등 모든 것이 영원하다면 근심과 걱정에 떨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물은 변화해 가는 (무상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그 무엇인가를 나의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또 나라는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흘러 밤낮이 빠르고, 속히 한달이 지나가네’라는 말도 무상의 신속함을 말한 것으로, 『열반경』의 “만약 온갖 중생들이 행실을 닦지 않는다면, 생사의 허깨비 속에 살면서도 허깨비와 같은 상태를 인식치 못하리니, 미혹된 마음에서 어찌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말씀을 교훈삼아, 부지런히 행과 실을 닦아야겠다. 법공 스님(동국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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