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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대

기자명 법보신문
신 규 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최근 조계종 주변에는 불국사의 골프 연습장 이야기를 비롯하여 총무원장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별로 좋지 못한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보다 원칙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불교가 제 아무리 출세간을 말하고 있지만, 이것이 세간 법을 지키지 않아도 좋다는 면제부가 될 수는 없다.

이 세상에 발을 디디고 사는 사람이면 누구를 막론하고 세간 법,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 그리고 이 지역 사람들의 상식에 위반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위반되는 일이 있다만 그에 따르는 비난과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중국을 비롯한 조선의 긴 역사를 돌아보면, 불교와 정치를 확실히 구분하여 서로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불교가 정치에 개입을 하거나, 정치가 불교에 개입 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 두 경우에 어느 쪽이 어느 쪽을 더 많이 이용했는가를 역사적 사실을 놓고 엄밀하게 따져보면, 그것은 단연코 정치가 불교를 이용해왔다. 정치가 불교 내부에 깊숙이 들어와서, 정치의 큰 테두리 내에서 불교를 움직여 왔다.

그리하여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과 정책의 비호를 받아서, 불교 내부에서도 그 힘을 이용하여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을 견고하게 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정치와 불교가 결탁하게 되면, 그 일에 관계되는 당사자들은 득세를 하지만, 그 반면에 손해를 입는 것은 그 땅에 살고 있는 일반인들이다.

따라서 일반 사회 구성원들이 잘 감시하지 않으면, 정치와 종교는 서로의 이익을 위하여 여러 형태로 손을 잡는다. 이렇게 양대의 거대한 집단이 손을 잡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별 차이는 없다. 문제는 이것을 잘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하는 일반인들의 역할과 활동이 있느냐 없느냐다.

이런 활동이 제대로 된 나라면 선진국이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일반 사람들이 살기 힘든 후진국이 된다.

일반 사람들은 하다못해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휘발유 한 통을 주유해도 세금을 낸다. 간단히 말해, 개인이던 법인이던 돈을 움직이기만 하면 그에 따르는 세금은 물론 그 근거 자료가 국가에 보고 된다. 그러나 절이나 교회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나쁜 짓 할 때에는 종교의 신성성이라는 담장을 높이 쳐서 세상의 법이나 비판이 미치지 못하게 하여 투명성을 덮어버린다.

지금도 철없는 수도인들은 ‘속인’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단어를 쓴다. 자신들은 출가하여 수도하는 ‘도인’이라는 정서가 깔고, 일반 사람을 하대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용어의 진정한 뜻은 그가 종교인이던 아니던 관계없이, 세속에 살면서도 세속에 뜻이 없이 도를 추구하면 그가 바로 수도인인 것이고, 산 속에 살면서도 세속에 뜻을 두면 그것은 속인이다. 이것이 바로 대승불교의 정신이며 보살정신인 것이다.

정치는 언제 어디서나 정권 획득을 위해 호시탐탐 힘이 있는 단체나 공동체에 추파를 던진다. 불교도 그런 힘 있는 단체 가운데 하나다.

특히 불교계의 거대 종단인 조계종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 정치로부터의 유혹에도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일이 불교인들이 보다 원칙적인 사고를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총무원장이나 주지를 비난하기에 앞서, 불교도 모두가 자신에게 그런 힘과 유혹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 사고가 안 생긴 것은 아닌가? 만약 우리에게도 그런 위치와 유혹의 손길이 닿는다면 과연 나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표업(表業)은 물론, 무표업(無表業)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두려워 할 줄 아는 것이 부처님의 참된 제자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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