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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도덕보다 미학을 중시

기자명 법보신문
당위 앞세우며 억압-강요하기 보다
이기적 욕망 원력으로 바꾸는 길 제시


사람들은 꽃을 보면서 거의 ‘아! 좋다!’라고 감탄을 토하면서 사진을 찍고 꽃내음 아래서 김밥을 먹기도 한다. 그 정도의 수준으로 꽃을 감상할 뿐이다. 떠나면서 아쉬워 한다. 이 감정은 바깥에 있는 꽃의 미(美)를 소유할 수 없거나, 또는 떨어지는 낙화(洛花)의 소유 거부의 방식 때문에 미에 대한 미련을 나타내는 것이겠다. 아직도 야생 생활을 하는 원주민들의 기록 필름을 보면, 그 생활은 두 개의 요인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나는 먹거리를 구하는 경제적 욕망이요, 다른 하나는 여가 시간에 몸과 생활도구들을 아름답게 장식하려는 미적 욕망이다. 그 두 욕망은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것 같다. 인간은 동물이므로 먹어야 산다. 그래서 경제적 욕망은 가장 원초적 본능의 소유욕이리라. 미적 욕망은? 이것도 본능적 소유욕인 것 같다. 미적 욕망도 불교의 유식학이 말하는 사식(四食) 중의 하나인 성욕인 촉식(觸食)에 해당한다. 좋아하는 먹거리를 음식으로, 좋고 아름다운 이성을 성적으로 먹고 싶어 한다. 꽃놀이도 저런 미적 욕망의 표현일 것이다.

미적 욕망이 오로지 소유욕만일까? 여성이 화장을 하는 것은 남자에게 인정받으려는 본능도 있겠으나, 더 근원적으로 여자의 자기 미적 성취욕이라고 말한다. 꽃이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피는 것이 아니고, 자기 존재의 성취를 이루려는 존재론적 욕망의 표현이라는 것과 같다. 인간의 마음에는 본능적 욕망도 있지만, 존재론적 욕망도 있다. 동물에게는 본능이 곧 본성이어서 동물의 행동에는 선악이 원칙적으로 없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에는 본능의 소유론적 욕망과 본성의 존재론적 욕망이 갈라진다. 불교는 마음이 곧 욕망이라고 가르친다. 마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려는 기호와 같다. 본능과 본성이 다 기호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본능의 욕망은 좋은 것을 바깥에서 구해서 소유하려고 하기에 타동사적 욕망이고 타인들과 싸워서 장악하려 하지만, 본성의 욕망은 좋은 것이 자기 안에서 존재해 왔었다는 것을 알아채리고 그것을 자동사적으로 꽃피워서 다른 이들에게 시여하려 한다.

불교는 여여한 자연의 이법을 가르치는 종교이기에 반자연적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다. 불교는 본능의 이기배타적 소유욕을 본성의 자리이타적 존재론적 욕망(원력)으로 마음의 자세를 바꾸기를 종용하지, 당위적 명분론의 도덕론자들처럼 본능의 소유론을 억압하는 반본능의 사회도덕론을 지도적 이념의 깃발로 흔들지 않는다. 당위적 명분론은 별로 효력이 없다. 첫째 그것은 제6식인 의식의 도덕적 각성의 차원이기에 전의식인 제7식과 무의식인 제8식의 욕망을 이기지 못한다. 도덕의식이 지도적 권력이 되면, 욕망은 잠복해서 숨어 있을 뿐이지 소멸되지 않는다. 둘째 도덕의식과 의지는 본능의 무의식적 소유욕을 싫어하는 사회적 공동선을 앞세운 또 다른 소유욕일 뿐이다. 도덕의식은 반본능적 도덕의지의 지배와 승리를 기약하는 새 세상만들기의 이상일 뿐이다. 그 이상이 지금까지 헛수고로 끝났다. 도덕이 자연스런 욕망을 이기지 못한다. 21세기의 불교는 세상을 사회도덕적으로 혁명하기 위하여 도덕의 길을 예비하지 않고, 본능의 소유욕을 본성의 존재론적 욕망인 원력으로 바꾸기를 종용한다. 그것이 세상을 경제적으로도 망가뜨리지 않고,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세상을 유효하게 경영케 하는 보살의 길이겠다.

불교는 도덕보다 미학의 길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 불교는 자리이타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평상적 생활인이 바깥의 꽃을 보고서 자신의 마음 안에 있어 온 자신의 꽃을 반사적으로 발견하여 꽃과 꽃이 이심전심 대화하는 교감의 기쁨을 나누는 시인이게끔 한다. 미학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이는 결코 흉폭한 짓을 하지 않는다. 도덕교육보다 예술교육이 사회적으로 더 유효하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철학과 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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