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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을 밝히자

기자명 법보신문
보 광 스님
동국대 불교대학원 원장

부처님오신날은 인류의 경사이며, 중생의 축복이다. 이러한 날을 기념하고 경축하기 위하여 각 나라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 오신 뜻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고 있다. 그 뜻을 실천하기 위해 불우한 이웃을 돕고, 사찰마다 꽃과 연등으로 도량을 장엄한다. 대부분의 불교국가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은 꽃 장엄과 관불의식이 중심인데 반해 한국불교는 연등행사가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에서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장엄한 것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신라시대의 국가적인 축제로는 연등회(燃燈會)와 팔관회(八關會)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신라에 불교가 들온 이후 진흥왕 때부터 시작되었으니 1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축제이다. 세계에는 다양한 축제가 있지만, 1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행사는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초기의 연등제(燃燈祭)는 정월 대보름에 하였으며, 후대에 와서는 음력으로 2월 보름에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밝히고 축제를 한 것은 12세기경에 와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려사』에 의하면 사월 초파일에 등불을 밝히기 위해 국가에서는 연등도감(燃燈都監)을 설치하여 국가적인 행사로 하였다고 한다.

부처님께 등 공양을 올리는 것은 육법공양(六法供養) 중 하나로서 정성을 다하고 있다. 『아사세왕수결경』에 의하면 어떤 가난한 여인이 부처님께 올린 등 공양이 밤새 꺼지지 않고 불을 밝혔다고 하는 빈녀일등(貧女一燈)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설법이다. 연등은 바로 지혜와 광명과 자비의 상징이다.

등불을 밝히므로 모든 지혜가 증장하고, 어두움을 물리치고 광명의 밝음으로 인도하며, 자비를 베푸는 공덕을 상징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무량수경』이나 『법화경』 등에도 연등공양의 공덕이 무량함을 수 없이 설하고 있다. 부처님 전에 등을 밝히기 위해 촛대를 만들며, 석등(石燈)을 세우고, 인등(引燈)을 켠다.

사월 초파일에 올리는 등 행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손수 등을 만들어 부처님 전에 밝히는 것을 연등(燃燈)이라 하고, 다른 사람이 올려둔 등을 보고 기뻐하는 것을 관등(觀燈)이라고 한다. 연잎 한 잎 한 잎 붙여가면서 정성을 다하는 경지야말로 그대로 수도자의 자세이며,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이 정성껏 만들어서 장엄해 둔 것을 보고, 마음이 밝아지며, 환희심을 낸다고 한다면 이도 또한 공덕이 클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거리마다 오색등이 달리고 법당에도 등으로 가득하다.

최근에 부처님오신날의 연등축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되어 가고 있다. 연등행사를 위해 몇 달 전부터 장엄 등을 만들어 경연대회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한 등은 각 가지 연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전통연등은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발전하였다. 이제 부처님오신날의 연등축제는 한국불교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다. 국민적인 행사이며, 국가적인 대사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축제가 되기까지 총무원에서는 1년 내내 기획을 하고 준비를 하는 일꾼들이 있으며, 각 사찰마다 등을 만드는 신심 있는 불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한 연등축제를 한다고 교통을 마비시켜도 이해해주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외적인 장엄에 치중하였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내적인 실천이 요망된다. 참다운 등불을 밝히기 위해 그늘진 곳을 찾아 다녀야 하며, 기쁨을 함께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웃음이 꽃이 피어나게 해야 할 것이다. 아름답고 장엄한 등불과 같이 시기와 갈등과 반목의 어두움을 물리치고, 지혜롭고, 자비스러운 불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 이제 우리 모두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통일 될 조국을 위해, 인류의 행복을 위해 등불을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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