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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플 한국불교’ 지켜야

기자명 법보신문
공 종 원
언론인

최근 22개국 주한대사 가족 48명이 합천 해인사에서 1박 2일 코스의 템플스테이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5월의 푸름으로 수려한 경치를 한껏 뽐내고 있는 가야산 기슭, 1200년 역사가 숨쉬고 있는 한국불교의 성지 해인사에 버스로 도착하는 모습을 취재한 한 일간지 기자는 이들이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시선을 빼앗기며 ‘뷰티플’을 연발했다고 전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해인사 성보박물관에 전시된 ‘영산회상도’며 ‘목조 희랑조사상’을 보면서 감탄을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해인사의 큰 법당인 대적광전에 들어서며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상과 웅장한 법당내부에 압도되어 저절로 숙연해졌다고 한다. 사찰음식으로 공양을 하고 이어 밤에 구광루 앞마당에서 열린 음악법회에도 참석하면서 웅장한 법종 소리에 지그시 눈을 감고 합장하더라는 보도다.

이런 체험을 통해 이들 외국대사 가족들은 한국 불교를 배우고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뷰티플’의 세계에 잠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체험을 통해 이들은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한국불교에 대한 막연한 사랑과 한국의 자연에 대한 깊은 감동을 길이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었을 듯 싶다.

하지만 이런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 불자들은 마음속으로 적지 않은 걱정과 의구를 떨치지 못한다. 형언하기 어려운 아쉬움도 느낀다. 이들 외국인들처럼 한국불교와 한국의 불교문화, 그리고 한국의 자연이 풍기는 어려운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들 자신도 분명 느낄 줄 알고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 있을 터인데 그리고 그런 마음을 기초로 우리가 우리 불교와 불교문화를 키워왔을 터인데 어째서 지금 우리는 그런 귀한 마음바탕을 까마득하게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원인을 개발연대의 온갖 악이 종합적으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 독재도 어쩔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과,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릴 틈이 없다는 신념에서 부정을 정당화하는 논리들, 그리고 자신의 비리는 대수롭잖게 보고 남의 잘못은 침소봉대해 남을 쓰러뜨리는 도구로 이용하는 세태에 익숙하게 된 것이 우리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50년전에 비해서는 말할 수 없는 풍요 속에 사는 것이 사실인데 그것을 망각하고 아니 모른체하며 불만에 차고 불안해하며 욕심내고 남을 해치며 아귀다툼으로 아수라장을 이루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정녕 우리의 본래 마음을 상실한 증거라고 할 것이다.

게다가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우리 불교와 자연환경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하고 마음으로 깨달아 시범을 보여야할 수행자들 가운데 놀랍게도 시정잡배보다도 못한 무지와 탐욕의 화신, 타락의 화신들이 적지 않다는 것에 실망을 넘어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불자들이 부처님께 올리는 정재마저 개인의 탐욕과 방탕을 위해 낭비되고 있다는 불교의 현실을 생각하면 부처님은 과연 계속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을 수 있을 것인가.

더 한심한 것은 그런 스님들의 비리와 부정이 있는 줄 알면서 종단이 엄정한 처벌과 수습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참회한다, 책임을 느낀다, 고치겠다고 하는 입으로만의 선언만 들리고 정작 실천이 없는 현실은 불자들과 국민들을 더욱 허탈케 할 뿐이다. ‘뷰티플 한국불교’를 해치는 요소를 당장 제거하는 용기와 정화노력이 있어야 부처님도 마음 놓고 웃으실 수 있을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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